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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일본
비가 오던 날
2023.09.11 11:08
관리자2(adm****)




이것은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살고 있던 나고야에서의 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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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아직 덥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오는 날이었어요.
그날은 근처에 사는 동학년 친구 2명과 저를 포함하여 3명의 그룹으로 하교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끈적끈적한 회색으로 매우 어두웠던 기억이 납니다.


태풍 등으로 많은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면 비일상감에 마음이 설레고 꺄르르 떠들고 장난치며 하교길을 돌아갔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지역은 나고야에서도 비교적 도시 지역이었지만 언덕이 많아 초등학교가 있는 곳에서 집 쪽으로 완만하게 몇 개의 언덕을 올라가면서 돌아가는 루트였습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로 언덕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길 옆을 가로지르는 배수구는 대량의 물이 엄청난 기세로 흐르고 있어

초등학생인 우리에게 항상 보고 있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는 모습은 매우 재미있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랑에는 뚜껑이 달려 있기 때문에 가끔 어떤 금속 그물로 되어 있는 장소를 찾을 때마다

친구들과 나뭇가지를 찔러 보거나 낙엽을 흘려 관찰하며 놀았습니다.


그런 상태로 약간의 모험 기분으로 즐겁게 돌아가고 있는데, 도랑 뚜껑이 분리되어 안이 보이는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들여다보는 도랑 내부는 예상을 뛰어넘는 물의 양과 기세로 `으오오오오오 대단해!`라고 흥분해

돌을 던져보니 순식간에 떠내려가는 것이 즐거워 한동안 그곳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우산 넣어보자고 했어요.

돌과 낙엽을 흘려넣는 것에 질리기 시작했던 우리는 곧 그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친구 중 큰 빗자루를 입고 있던 친구가 "나 할래~!"라며 우산을 닫고 도랑에 우산을 찔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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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상당한 물길이 거셌기 때문에 우산이 물속으로 끌려들어 갔습니다, 그러다가 우산이 마저 완전히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산을 놓지 못하고 있던 친구까지 도랑 쪽으로 빨려들어갈 뻔했습니다.

그때 뒤에서 "어이! 잠깐 너희!" 어른들의 고함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교감선생님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목소리에 놀랐는지 친구가 우산을 놓쳐버려 우산은 순식간에 떠내려갔고,

도랑 쪽에서 우산 뼈가 부러지면서 `팍팍팍`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달려온 교감 선생님은 무서운 표정으로 `위험하니까 빨리 돌아가!이런 데서 놀면 안 돼 위험해!`라고 혼냈습니다.
평소 잘 접하지 않는 교감 선생님께 꾸중을 들은 것으로 우리는 재빨리 흩어지곤 바로 귀가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오늘 일을 들뜬 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너 그거 어디에서 있던 일이니?"라고 물었습니다.

"언덕 아래.도랑 뚜껑이 뚫려 있어서요"라고 대답하자 어머니는 매우 싫은 표정을 지으며 "우와, 그런 데서"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8년 정도 전, 마찬가지로 억수같이 폭우가 내리는 날 혼자 돌아가던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도랑 한쪽에 책가방만 남기고 실종되었습니다.학교에 연락이 가서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찾고 있었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란도셀만 남아 있던 남자아이가 도랑에 빠졌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도랑 안에서 남자아이는 발견되었습니다.

도랑 속을 엄청난 물살에 휩쓸린 남자아이의 몸은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의 뼈가 부러진 무참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찌그러져 있던 시신을 발견한 분이 우리에게 호통치신 교감 선생님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 중에서는 유명한 사고로 모두 잘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은 사고 이후부터 비오는 날은 학생들의 하교 경로를 둘러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집에 교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와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말한 것은 평소처럼 순찰을 나가 있는데,

우리가 언덕 아래 도랑에 모여 있었기때문에 핏기가 달아난 채로 재빨리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 장소가 바로 예전에 남자아이가 떨어져 버린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이후 통학로에 있는 도랑에는 뚜껑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왜인지 그날에는 그 뚜껑이 열려있어 영문을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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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교감 선생님이 그 자리에 와서 큰 소리로 주의를 주지 않았다면 우산을 넣었던 친구가

예전의 남자아이처럼 도랑에 끌려 들어가버렸을것만 같단 생각이 듭니다.

훗날 같이 돌아간 친구들과 `교감선생님이 와줘서 다행이다`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야기가 누가 우산을 넣어보잔 말을 꺼냈는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셋 중 아무도 그런 제안을 꺼내지 않았단 것을 그제서야 알아챘습니다.

우리 셋다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그런 제안을 꺼낸 걸까요?

비가 많이 오면 지금도 그 폭우가 내리는 날의 광경과 교감 선생님의 큰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우산 넣어보자`는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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