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인도는 산업화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많은 인구에 비해 교통수단이 부족했습니다. 자동차는 (현재도 그렇지만) 서민들이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고, 버스나 기차는 정원을 초과해서 태우는 경우가 많았고 그마저도 제때에 오지않았으니까요.
수억에 달하는 인도인들에게 이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필요했는데요, 어느날 펀자브 지방에서 오토바이나 발전기를 개조하여 자동차 비스무레하게 만든 불법 개조차량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불법 개조차량들은 정말 굴러만 가면 되는 수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번에 차대 중량한도를 아득히 초월한 수십명의 사람들을 실어날랐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든거다 보니까 안전성은 개나 줘버렸죠. 하지만 인도인들은 농사, 출퇴근, 작업용으로 이런 불법 개조차량을 선호하게 돼서 곧 인도 전국으로 퍼져나가기에 이릅니다.
인도인들은 이런 불법 개조차량들을 주가드(Jugaad)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주가드를 단속하려 했으나 단속인력들조차 주가드를 타고 다닐 정도로 대중화 되어버려서 포기하게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도인들에게는 범국민적으로 특별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는데요, 그건 바로 위 불법 개조차량(주가드)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방안을 생각 해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문제) 커피에 설탕을 넣고 싶은데 설탕이 다 떨어졌다 ?
일반적 해결방법) 슈퍼에 간다. → 설탕을 산다. → 문제해결!
인도식 주가드 사고방식) 찬장에 있던 알사탕을 꺼낸다. → 알사탕을 잘게 부숴서 넣는다 → 문제해결!
이런 방식으로 말이죠.
<출처 : https://www.amazon.in/Jugaad-Innovation-Flexible-Approach-Century/dp/818400205X >
그런데 인도인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실생활의 모든 방면에 대입해서 사용합니다. 어떻게 보자면 재치있는 거지만, 어떻게 보자면 병맛 대처법이었습니다. 그 수준은 타국 사람들에게 인도를 기행을 일삼는 민족이라는 아이덴티티(인도 종특)를 심어줄 정도로 기괴하기 짝이 없었죠. 이런 인도인들만의 사고방식은 위의 불법 개조차량의 이름을 따서 '주가드'로 일컬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인도의 일상속 주가드를 살펴보겠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인도인들은 이렇게 대충 수습해놓은 땜빵식 일처리를 나중에 더 좋은 걸로 개선하질 않아요.
왜냐? 작동하는가? → YES → 그럼 건들지 않는다. (=개선사항이 보여도 개선하지 않는다.)
그냥 된다 싶으면 굳이 건들지 말고 쓰자는 마인드입니다.
문제는 이걸 실생활에서만 쓰면 또 모르겠는데,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공업에도 대입했다는 것이죠. 인도산 공산품들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대체적으로 퀄리티가 개판이거나 뭔가 나사 빠진 수준임을 겪어봤을 겁니다. 이 역시 주가드 사고방식이 낳은 산물들이에요. 그래서 인도는 엄청난 국가규모에 비해 공업, 특히 중공업 능력(퀄리티)이 한 없이 낮고 발전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 주가드가 잘 맞아떨어지는 업종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IT. (코딩 해보신 분들은 이게 뭔 소린지 알겁니다.)인도가 IT계열에서 엄청난 인재들을 양산 해내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주가드 덕분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꽌시 처럼)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전세계 기업과 사업가들은 이 주가드의 개념을 반드시 이해 해야만 현지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기업도 예외가 아니라서 정부에서 발행하는 가이드 메뉴얼에 '주가드' 항목이 따로 나올 정도)
이제까지 알면알수록 신기한 "인도"와 "주가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