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상현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도 받아보았고 이름난 무당을 불러 굿도 해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집안이 가난해서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그의 어머니가 평소 다니던 절의 스님에게 아들을 부탁하게 되었다. 스님은 경전을 읽어 마음을 안정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상현은 하루 중 제정신인 시간이 겨우 30분 정도였고, 무슨 질문을 하면 늘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로 물건을 사러 가다가 갑자기 입이 벌어지고 혀가 바깥으로 나오고 눈알도 붉게 충혈되더니 고개를 쳐들고,
“여기가 어디냐?”
라고 물었다. 스님이 놀라서,
“너는 누구냐?”
소리쳐 되물으니,
“나는 이 집안의 8대 조부다.”
하는 것이었다.
“야, 이놈아. 네가 8대 조부면 나는 10대 조부다. 어서 썩 물러가라.”
스님이 다시 호통을 치니 그제서야,
“아이고, 나보다 더 높으시네요. 저는 물러갑니다.”
하더니 제정신을 차렸다. 상현은 방금 일어났던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
스님이 그 집안의 내력을 알아보니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상현의 큰형은 몇 년 전 교사로 근무하다가 갑자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행방불명되었고, 어머니는 자다가 한밤중에 몸이 뜨거워져 산을 한 바퀴 돌고 와야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열기 띤 눈을 가지고 있었다. 큰형이 그런 후 막내 상현이 이번에 똑같은 증상을 보인 것이다.
어느 날 밤 상현과 스님이 한 방에 누워 자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스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숨을 쉴 수 없었는데 불경을 외워도 낫지 않았다. 그러다가 혼미한 정신에서도 최선을 다해,
“귀신아, 내 말을 들어봐라. 네가 저 학생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 이러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네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대화로써 풀어 해결 방법을 찾아야지 이러면 되느냐.”
하고 타이르니 조금 후에 목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상현이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스님 고맙습니다. 제가 갑니다. 이 애를 바닷물에 빠뜨려 죽이려다 스님 때문에 그냥 갑니다.”
이튿날 상현은 계속 울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책을 읽으라고 하니 제대로 읽었고 말도 논리정연하게 잘 했다. 상현이는 그 날로 병이 나았고 이듬해에는 취직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옛말에 아버지쪽으로는 조상줄이 있고 어머지쪽으로는 산신줄이 있는데, 아버지쪽 조상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머니쪽의 신이 들어오지 못해 집안이 풍지박살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상현의 집안을 두고 한 것인지는 모르나 아직까지도 왜 상현이 갑자기 귀신이 씌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어떻게 나을 수 있었는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