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상도(九相圖)라는 불교의 불화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구상도라는 뜻은,
"사람이 죽어서 한 줌의 가루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을 9단계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나가사와 로세츠 의 그림1754~1799)
위 병풍에 나타난 죽음의 9단계 과정.. 이게 구상도에요.
왼쪽의 그림이 시체가 변화는 과정
오른족의 그림은 단린황후(타치바나노 카치코)입니다.
이 단린황후는 엄청난 미인이였다고 하는데요,
승려들도 그의 외모를 보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차지했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이런 겉모습과 자신의 지위가 죽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알고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죽으면 한 줌의 재가 되기까지 과정을 그려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죽습니다.
자신도 죽으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 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려했던 것이죠.
그러면 이제 9단계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0. 생전 모습

1. 신사상(新死相)
- 목숨을 잃은 직 후, 눕혀져 있는 모습입니다.

2. 방창상(肪脹相) :
시간이 조금 흐르면 몸속의 내장, 혈관에 가스가 부풀어 오릅니다.
이때 배쪽에서 부풀대로 부푼 가스에 의해 터져버리기도 한대요.

3. 혈도상(血塗相)
- 시체의 내장, 혈액이 (화학작용으로 인해 발산되는) 40~50도의 고온에 녹아 여기저기 구멍을 내고 흘러나옵니다.

4. 방란상(肪亂相) :
몸 속의 모든 조직이 녹아서 흘러나오는데 0단계(생전)의 외모는 온데간데 없어졌죠.

5. 청어상(靑瘀相) :
시체가 점점 흙빛으로 변하고 심한 악취로 인해 벌레들이 들끓기 시작해요.

6. 담식상(噉食相)
남은 살가죽과 썩어 문드러진 내장을 들짐승과 날짐승이 먹기 시작합니다.

7~8. 골련상(骨連相)
산상과 골상 이라 나눠 부르기도 하는데요.
시체의 부위가 모두 흩어지며 살과 피가 없어져 백골의 모습으로 됩니다.

9. 골산상(骨散相) :
이제 뼈도 더이상 온전치 못하고 산산히 흩어지거나
땅에 동화되며 재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더 시간이 흐른다면 자갈, 흙, 모래가 되겠죠.

이렇게 총 9단계로 나눠 그리는데요. 이 구상화는 화가의 성향에 따라 생전상(생전 모습)을 담아 그리는 경우도 있고, 무덤까지 그려넣기도 해요. 또한 아까 예시로 든 (4단계 방란상)을 2단계로 분리해 그리기도하는 등 구상화의 형식이 다양하답니다.
근데 끔찍한게 뭐냐면..

불교의 수도승들이 번뇌(세상에 대한 유혹)를 벗기위해 "현세의 육체를 부정"하는 수련이라 하여
시체가 가루가 되기까지 시체의 옆을 지키며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