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섬집 아기"는 아직도 많이 불려지고 있는 동요에요. "엄마가 섬그늘에~"하며 시작되는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익숙한 멜로디에 흥얼흥얼 따라부를 정도니까요.

섬집아기는 이상하게 도시전설이나 괴담에 엮여서 소재거리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희한하게도 TV 예능'프로그램의 납량특집의 '공포 체험' 때 나오는 일이 잦아져서 본의 아니게 이런 (공포) 성향의 노래로 이미지가 고정화 되기도 했죠. 조용한 장소에서 이 노래를 낮고 느리게 부르면 매우 오싹한 느낌이 납니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는 귀신이 이 노래를 부른다거나, 귀신에 홀린 친구 또는 가족이 이 노래를 부른다는 괴담도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있습니다.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이에 관한 투고글들이 몇 개 올라와 있기도 해요.
이에 그치지 않고 한때 '섬집 아기의 가사 해석'이라는 의미불명의 게시글이 나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해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1) 아기가 집을 본다는 가사는 어머니가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고,
2)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든다는 부분은 아기가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뜻,
3) 갈매기 울음소리는 아기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
4)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온다는 소절은 어머니가 뒤늦게 아기의 죽음을 알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애초에 이건 2절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인데요, 2절은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으로 시작하기 때문이죠. 즉, 아이의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얘기에요. 버전에 따라서는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 소절이 세상을 떠난 엄마가 죽은 아이를 데리러 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다른 썰도 존재하는데요. 매우 암울하게 위의 가사를 읊은 뒤 "애기가 혼자 어떻게 팔베개를 베고 자...?"라고 말하는 것인데 사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이가 혼자 팔베개를 하는 것이 가능한 지 모르지만 소름돋는 이야기인 것만은 확실하죠. (그 아이가 벤 것은 귀신의 팔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돕니다.)
여담으로 엄마는 있는데 가사에 아빠를 언급하는 부분은 없어서 아빠는 배 타고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배가 뒤집혀 죽었다는 괴담도 있습니다. 사실 죽지 않았다고 치더라도 해안가 마을이라면 아이의 아빠는 출항 나가서 일러도 저녁때, 늦으면 몇날 며칠은 돼야 돌아올 뱃사람일 가능성이 꽤 높긴 합니다.
노래 자체는 생계 때문에 아이를 돌보지 못해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묘사한 것이니 쓸데없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대부분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였으므로 부모님은 돈 벌러 나가고 아이가 홀로 집을 지키다 지쳐서 잠드는 장면은 드물지 않게 연상될 수 있는 장면입니다. 현대에도 맞벌이로 인해 할머니·외할머니에게 맡겨지거나 방치 상태에 있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이 평범한 동요가 괴담까지 나온 이유로는 아마 이 동요가 노래 가락이 적막한 분위기기도 하고, 유명하기 때문에 더욱 뇌리에 남아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사실 섬집 아기 동요 자체가 상당히 음이 낮고 우울하기 때문에 밤중에 들으면 스산하게 느껴지긴 해요. 영화 올가미에서 죽은 아들의 시신을 침대에 누이고 이 노래를 불러주는 씬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이때부터 괴담이 생겼을 가능성도 높대요.
비슷한 도시전설로는, 동요인 꼬까신이 한 정신병자가 읊조리던 말을 옮겨왔다는 썰이 있습니다. 또는 아기가 극단적 선택하러 가는 내용을 담은 노래라거나, 부모가 보지 못하는 새에 아기가 다른 사람에게 유괴되는 내용을 담았다고도 주장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가사는 1970년에 타계한 최계락 시인이 지은 동시입니다. 순수한 느낌의 시에서 어떻게 그런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아마 '신발만 벗어놓고 놀러나갔다.' 라는 여러 가지를 상상하기 쉬운 내용 때문에 어린이들 사이에서 퍼진 것으로 보여요.

일본에서 비슷한 취급을 받는 동요로 토랸세가 있습니다다. 사실 토랸세는 가사부터가 대놓고 불길하다는 걸 생각하면 카고메카고메가 더 비슷한 취급일 지도 모르는데요. 애기들한테 이 노래를 들려주면 운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걸 스펀지에서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고,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무의식적으로 아기들이 엄마가 어디 갔다는 가사를 느끼고, 우울한 음이 울음을 유발한 것이라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