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안락사 센터 직원들은 일렬로 서서, 양손을 공손히 모은 채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 들어가시죠. 여기 잡으세요.”
노인은 자식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오후 두 시, 안락사를 예약한 노인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가 오가는 사이, 노인은 아무 말 없이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스듬히 누울 수 있도록 설계된, 조개껍데기 모양의 캡슐.
‘슬립 쉘’이라 불리는 안락사 장치였다.
잠시 후, 그는 저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둘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몸을 눕힐 곳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노인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가족들도 조금은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편하게 말씀 나누시고, 준비가 되시면 알려주십시오.”
직원들은 몇 걸음 물러났다.
덕분에 가족들은 보다 편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버지,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편히 가십시오.”
“장인어른, 아버님처럼 바르게 살겠습니다. 존경합니다.”
노인은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가족들은 눈물을 삼키지 못했고, 오히려 노인이 그들을 다독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직원들도, 왜 이들이 떠나보내기 힘들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준비합시다.”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화는 충분히 나누셨습니까?”
“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 중에는 마지막 순간에 흔들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는 끝까지 차분했다.
오히려 가족들의 표정이 더 무너지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노인을 부축해 조심스럽게 캡슐 안에 눕혔다.
그 모습을 보자 몇몇 가족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노인은 끝까지 공손한 말투를 잃지 않았다.
그 태도에 직원들조차 묘한 존경심을 느꼈다.
“이제 눈을 감으시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재생됩니다.”
이 센터에는 특이한 장치가 하나 있었다.
대상자의 뇌파를 분석해, 생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영상으로 구현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마지막 점검하겠습니다.”
두 직원이 기계 뒤로 돌아갔다.
“형, 근데 이거… 이미지 모으는 게 의미 있나?”
“글쎄. 어차피 다 비슷하지 않냐.”
회사에서는 영상 공유에 동의하면 비용을 절반으로 할인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이 동의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출산의 순간, 가족과의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준비 끝났습니다.”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기도문이 낮게 울렸고, 가족들의 울음이 겹쳐졌다.
딸로 보이는 여성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듯 흔들렸다.
노인은 그런 딸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마지막 인사 나누십시오.”
가족들은 다시 다가왔다.
“아버지… 존경합니다.”
“형님, 이제 편히 쉬세요.”
노인은 여전히 담담했다.
“쉘 닫겠습니다.”
전동 모터 소리와 함께 투명한 덮개가 천천히 내려왔다.
노인은 끝까지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물 주입하겠습니다. 편하게 잠드시면 됩니다.”
노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약물이 주입되었고, 그는 잠든 듯 눈을 감았다.
“이제 모니터를 봐 주십시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재생됩니다.”
가족들은 울음을 멈추고 화면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요…”
“글쎄… 원래 잘 웃지도 않으셨잖아…”
그는 평생 거의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여행이었을까.
어린 시절이었을까.
자식이 태어난 순간이었을까.
화면이 지직거리더니, 영상이 재생되었다.
“꺄아악!”
비명이 터졌다.
“아니… 저게 뭐야…”
모니터 속에는, 한 젊은 남자가 누군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저게… 아버지의 행복한 순간이라고…?”
젊은 시절의 노인은, 피로 얼룩진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족들이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의 진짜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