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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7 10:15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때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시즌이었다. 당시 나는 친구와 함께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중동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불안정한 현지 정세로 인해 급히 행선지를 변경해야만 했다. 동남아시아나 유럽은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아 남미행을 타진해 보았지만, 이미 항공권은 매진된 상태였다.

대안을 찾던 중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월드컵이라는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행 항공권을 매우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아한 마음에 알아보니, 남아공의 악명 높은 치안 문제로 인해 항공사가 마련한 물량의 절반도 채 팔리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로 나는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티켓마저 경기 전날 `땡처리` 가격으로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케이프타운을 거쳐 가이드와 함께 요하네스버그에 입성했을 때, 내가 마주한 도시의 실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요하네스버그의 범죄율은 상상을 초월했으며, 특히 치안 부재가 심각해 오후 5시 이후로는 경찰조차 통제권을 내려놓는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사건이 발생한 날, 나는 오후 5시부터 호텔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숙소의 인터넷 속도는 웹페이지 하나를 여는 데 10분이 걸릴 만큼 열악했고, TV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 방송만 흘러나왔다. 결국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나는 친구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호텔 주변 산책에 나섰다.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발길은 시내 중심가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오지라도 도심 한복판이면 큰일이야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화근이었다. 해가 저문 시내 중심가는 이미 범죄 조직의 영역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현지인들이 비웃음 섞인 조롱을 던지기 시작했고,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우리는 서둘러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택시를 기다리던 짧은 찰나, 괴한 한 명이 다가와 몸에 권총을 들이대며 금품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당황하여 되물었으나, 순간 직감적으로 한 번 더 거부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것임을 깨달았다.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이곳 강도들은 대상을 살해한 뒤 물건을 챙긴다"는 경고 문구가 뇌리를 스쳤다.

다행히 내가 외국인이라서인지 곧바로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으나, 옆에 있던 다른 일행이 칼로 내 팔을 깊게 그으며 위협적인 몸짓을 보였다. 나는 즉시 주머니에 있던 모든 소지품을 건네주었다. 피가 흐르는 팔을 부여잡고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사이, 다행히 택시 한 대를 잡아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객실에서 돈을 가져와 택시비를 지불한 뒤 응급 처치를 받았다. 다행히 치안 문제로 고급 호텔을 선택했던 덕분에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조금만 늦었더라면 오염된 칼날로 인한 세균 감염으로 팔의 상태가 심각해졌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국 그토록 기대했던 아르헨티나전 관람은커녕, 남은 아프리카 여행 일정마저 모두 포기한 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훗날 정보를 찾아보니 남아공 내에서도 요하네스버그는 배테랑 여행가들조차 방문을 꺼리는 치안의 사각지대였다. 케이프타운과는 전혀 다른 그곳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무모한 행동을 했던 나의 무지가 부른 아찔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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