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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1 15:02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전문학교에 다니던 나는 오랜만에 나가노 본가로 내려갔다.
여름방학은 길었고, 숙제를 조금씩 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일이 벌어진 건 귀성한 지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원래 늦은 밤에 숙제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날도 새벽 2시가 넘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겨우 숙제를 끝내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전등을 끄고 선풍기를 틀었지만 더위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한참 뒤척이다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워크맨에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침대 밑에서 데구르르, 뭔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베리야? 사쿠야? 아니면 긴이니?”

본가에서는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었다. 녀석들은 평소에도 침대 밑에서 노는 걸 좋아했기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마 장난감이나 병뚜껑 같은 걸 굴리며 놀고 있겠거니 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어보려 했지만, 재생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조용한 방 안에는 버튼 눌리는 철컥거리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뭐지? 고장 났나?’

귀찮았지만 결국 전등을 켜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끼익… 삐걱… 끼긱….

천장 위쪽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 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말이 안 됐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고, 내 방은 2층이었다. 누군가 걷고 있다면 지붕 위라는 뜻인데,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그 소리를 밤마다 들리던 집 울림이라고 넘겨버렸다. 일교차 때문에 오래된 목조주택이 뒤틀리는 소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 또 시작이네.’

나는 한숨을 쉬며 전등을 켰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워크맨을 살펴봤지만 이상은 없었다. 건전지도 새것이었다. 결국 이유를 모르겠어서 그냥 포기하고 다시 자려고 했다.

그때였다.

콰당!

데굴데굴데굴….

이번에는 페트병 뚜껑 하나가 침대 밑에서 굴러 나왔다.

귀찮아서 몸은 일으키지 않고 눈으로만 뚜껑을 따라갔다. 뚜껑은 방 한가운데쯤에서 멈췄다. 평소 같으면 고양이가 뒤따라 나왔을 텐데, 이상하게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거기 숨어 있는 녀석 누구야?”

나는 중얼거리며 상반신만 숙여 침대 밑을 들여다봤다.

“어라…?”

하지만 거기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만화책과 벗어둔 옷가지들만 어지럽게 널려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네….’

그 순간이었다.

썩은 진흙 같은 악취가 코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그림자 같은 존재감이 느껴졌다.

뭔가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바로 앞에 있었다.

나는 허리를 숙인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천천히 시선만 움직였다.

그러자 눈앞에 하얀 맨발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몸을 일으키면 안 된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불편한 자세를 오래 유지한 탓에 배 근육이 경련하기 시작할 즈음—

스윽.

눈앞의 하얀 발이 사라졌다.

동시에 아까까지 전혀 작동하지 않던 워크맨에서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살았다… 어디론가 간 건가….’

안도한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 순간—

그곳에 있었다.

진흙투성이 머리카락. 상처투성이 얼굴.

여자의 얼굴만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나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고, 핏발 선 눈이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보랏빛으로 질린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그리고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 해… 줘….”

한 글자씩 힘겹게 내뱉은 뒤, 그 얼굴은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나는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악몽이다’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도망칠 수 있도록 방문을 전부 열어둔 채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겨우 일어난 나는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고 TV를 켰다. 마침 오후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늘 오전 10시경, 실종됐던 5명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희생자들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그리고 그 안에 있었다.

어젯밤, 내 방에서 봤던 바로 그 여자 얼굴이.

당시 나가노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졌고, 산간 지역에서는 산사태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 여자도… 그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영감이 있다는 할머니께 그 일을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잠시 침묵하더니 낮게 말했다.

“왔었구나. 넌 원래 그런 걸 잘 끌어들이는 체질이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조심하라는 걸까.

그날 이후로 나는 아직도 침대 밑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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