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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4 16:26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돌핀 링이라는, 돌고래 모양 반지가 유행하던 오래전 이야기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나에게는 열 살이 넘게 차이 나는 친언니가 있었다. 친언니는 소위 일진이었고, 여름방학이 되면 거의 매일 저녁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부모님과 마찰을 빚곤 했다.

그 무렵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던 사람들 중 특히 두 명은 거의 매일 얼굴을 비췄다. 한 명은 아이들을 싫어하던 A 오빠였고, 다른 한 명은 상냥한 B 언니였다.

A 오빠는 내가 친언니 방 근처만 가도 불같이 화를 냈다.

“문 잠그라고!”

그가 소리를 지르면 B 언니와 다른 사람들은 “어린애한테 왜 그렇게 화를 내?” 하며 내 편을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너도 같이 놀고 싶은 거구나?”라며 과자를 쥐여 주거나 방에 들여보내 주었다.

솔직히 나는 A 오빠가 싫었다. 남의 집에 놀러 온 손님이면서도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았고, 내가 친언니 방 근처만 가도 혀를 차며 짜증을 냈다. 가끔 밖에서 마주쳤을 때도 괜히 화를 내곤 해서 무서웠다.

반대로 B 언니는 무척 좋아했다. B 언니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장난감이나 과자를 챙겨 주었고, A 오빠 대신 내 편을 들어주었다. 밖에서 만나면 먼저 말을 걸어주었고, 친구가 없는 내가 외로울까 봐 함께 놀아주기도 했다.

B 언니의 말버릇은 늘 같았다.

“네가 내 여동생이면 좋을 텐데.”

그렇게 우리 집의 흑역사 같았던 여름방학도 끝나갈 무렵, 갑자기 A 오빠가 나에게 돌핀 링을 주었다.

그는 우리 집에 와서 친언니 방에는 들르지도 않은 채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가져라.” 하고 핑크색 상자를 툭 던져 주고 돌아갔다.

생일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친구가 없어 늘 외롭던 나는 드디어 A 오빠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다. 당시 유행하던 물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A 오빠가 처음 준 선물이었다. 너무 어려 엄지손가락에도 헐렁했지만, 나는 그 반지를 낀 채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이었다.

갑자기 손이 뜨거워지는 감각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A 오빠에게 받은 반지가 마치 불에 달군 쇠처럼 뜨거워져 있었다.

모처럼 받은 선물이 망가진 줄 알고 반쯤 잠에 취한 채 엉엉 울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달래주지 않았다. 한밤중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어머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일어나 보니 반지는 어느새 식어 있었다. 나는 반지를 빼고 불이 켜진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부모님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친언니가 사고를 당했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언니는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말만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모님은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패닉에 빠져 울며 외쳤다.

“친언니가 죽어버릴지도 몰라! 병원에 가자!”

하지만 부모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나 혼자라도 갈 거야!”라고 외치며 파자마 차림으로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아버지가 몸을 던져 나를 막아섰다.

나는 기어코 문으로 가려는 나를 막아서는 아버지가 무서워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C야, 방으로 돌아가자. 응?” 하며 애써 나를 달랬지만, 어머니 역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겁에 질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어린 나조차도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부모님은 이미 외출복을 모두 갖춰 입고 있었다.

왜 병원에 가지 않는 걸까.

그 생각이 스친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B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C, 데리러 왔어. 친언니한테 가자.”

나는 반가워하며 말했다.

“B 언니가 왔어! 어서 친언니한테 가자!”

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나를 끌어안았고, 아버지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괴한 모습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미쳤다고 생각하며 B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B 언니, 무서워! 친언니가 죽어버릴지도 몰라! 아빠랑 엄마가 이상해졌어! B 언니! B 언니!”

하지만 B 언니는 도와주기는커녕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C야, 친언니가 있는 곳으로 가자.”

그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어딘가 즐거워하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C, 언니한테 오렴.”

“B 언니 무서워! 살려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또다시 반지가 뜨거워졌다.

나는 손에서 반지를 빼려 했지만, 손은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곧 목이 아프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아무 소리도 낼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입만 벙긋거리는 나를 보며 떨고 있었다.

나는 더욱 패닉에 빠져 몸부림쳤다.

그 와중에도 B 언니는 즐거운 듯 나를 불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목소리가 제멋대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너 따위는 내 언니가 아니다! 내 언니는 따로 있어! 나는 알고 있다.

나에게 친구가 없어진 건 네가 친구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네가 가져왔던 것들은 모두 훔쳐 온 것이다!

기분 나쁘다! 너 따위는 정말 싫다! 너는 나의 언니가 아니다! 돌아가라!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마라!

우리 가족은 모두 여기에 있다. 나를 거기로 데려가려 하지 말아라!”

말하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B 언니가 내 친구들을 괴롭혔다는 사실도, 늘 가져다주던 과자와 물건들이 훔친 것이라는 사실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미 정신을 잃을 만큼 어지러웠던 나는 더욱 깊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곁에는 울고 있는 어머니와 몹시 지쳐 보이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단다. 친언니는 다리만 부러졌대. 점심쯤 같이 병문안 가자꾸나.”

그리고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말을 덧붙였다.

“A군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 반지는 평생 소중히 간직해야 해.”

이쯤 이야기하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고 당시 B 언니는 이미 죽어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부모님이 연락을 받기 전, 현장에서 즉사한 상태였다.

그런데 부모님이 병원으로 향하려던 순간, 현관 너머에 B 언니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친언니와 함께 사고를 당한 사람이 멀쩡할 리 없다는 생각에 부모님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가끔씩 들려오는 목소리.

“C를 데리러 왔습니다. 문을 열어주세요.”

그 소리가 너무도 두려워 부모님은 거실에 모여 떨고 있었다고 했다.

A 오빠 역시 사고 당시 의식을 잃어 위험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끝내 눈을 떴다.

병문안을 갔을 때 A 오빠는 어눌한 말투로 울며 이야기했다.

B 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집착했고, 훔친 물건들을 계속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B 언니를 따라다니는 내가 걱정됐지만 다정하게 말하는 법을 몰라 늘 화부터 냈다고 했다.

그리고 유행하는 액세서리를 주면 여자아이니까 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그 반지를 건넸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벌써 1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매년 추석이 지나기 전까지는 집에 가지 못한다.

친언니와 부모님은 아직도 B 언니가 나를 포기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여름이 되면, 그때의 그 반지는 아직 가끔씩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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