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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7 12:30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기운이 어느 정도 오른 상태였고, 텔레비전에서는 음산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도 그런 쪽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방송 내용에 맞춰 악몽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물었다.

“야, 너 가위 눌려본 적 있냐? 나는 두어 번 눌려봤는데 별거 아니더라.”

친구는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되물었다.

“가위? 있지. 그런데 너 사람 죽는 거 본 적 있어?”


● ● ●

그 일이 있었을 당시 친구의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친구가 살던 아파트는 중앙에 주차장이 있고, 그 주차장을 중심으로 A동·B동·C동이 ㄷ자 형태로 배치된 구조였다.

어느 날 친구의 어머니는 보조바퀴가 달린 새 자전거를 사주었다. 친구는 신이 나서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나 돌며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지쳐 아파트 입구 근처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이었다.

“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친구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파트 12층 정도 높이에서 한 아주머니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신변 비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지면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친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주머니는 아파트 화단 쪽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추락 과정에서 화단의 굵은 나뭇가지와 충돌했다. 가지는 충격으로 부러졌고, 부러진 나뭇가지가 복부를 관통한 채 아주머니의 몸은 바닥에 내던져졌다.

곧바로 근처에서 낙엽을 쓸고 있던 경비원이 달려와 친구의 눈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볼 것은 모두 본 뒤였다.

친구가 지금도 가장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아주머니가 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도 친구는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아파… 너무 아파… 너무 아파…”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계속 이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채 1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목소리는 완전히 멈추었다.

어떤 이유로 투신을 결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친구는 훗날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 아주머니가 죽음을 선택하는 두려움보다도 마지막 순간에 겪었을 극심한 고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친구는 너무 어렸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고, 죽음이라는 개념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놀라운 광경을 본 정도로만 받아들였다고 한다.

경비원은 친구 부모를 알고 있었기에 구급차를 부른 뒤 곧바로 친구 어머니에게 연락했다. 친구 어머니는 급히 달려와 아이의 상태를 여러 번 확인했다. 하지만 친구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어머니는 안도하며 별다른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를 혼자 재웠다고 한다. 매일 밤 열 시가 되면 친구를 침대에 눕히고 이마에 입을 맞춘 뒤 방문을 닫고 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날 밤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가 방문을 닫는 순간, 친구는 문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였다.

양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방문 뒤에 숨어 서 있었다.

친구는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생애 첫 가위눌림이었다고 말했다.

문이 완전히 닫히자 여자는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리고 마치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던 그 아주머니처럼 납작하게 엎드렸다.

친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그러나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울려고 할수록 여자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 아파…”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졌다.

마침내 여자는 침대 끝까지 기어왔다.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친구의 정강이를 움켜쥐었다. 친구는 다리가 축축하게 젖어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아침에 눈을 뜬 친구는 곧바로 어머니에게 달려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그 아줌마가 나 찾아왔어. 너무 아프대.”

그리고 오늘부터는 어머니 방에서 함께 자면 안 되겠느냐고 매달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이가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까 걱정했다. 그래서 친구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혹시 또 나타나면 크게 소리 질러. 엄마가 바로 달려갈게.”

어머니는 아이가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돕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밤도 같은 순서로 흘러갔다.

저녁 인사를 마친 뒤 어머니가 방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마치 전날 밤이 반복되는 것처럼, 그 여자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양어깨를 움츠린 채 친구를 바라보다가 문이 닫히자마자 다시 납작하게 엎드렸다.

친구는 가위에 눌릴 틈도 없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엄마!”

그러자 엎드려 있던 여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잠시 뒤 어머니가 방으로 달려왔다.

어머니는 울고 있는 친구 곁에 누워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이 많이 놀랐구나. 오늘은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자 줄게.”

친구는 안도감에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10분쯤 지났을까.

잠에 빠져들 듯 말 듯한 상태에서 친구는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토닥.

토닥.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손길이 달라졌다.

손끝이 등을 긁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아프게.

그리고 점점 더 거칠게.

친구는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어머니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 여자가 누워 있었다.

여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를 내려다보며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아프지. 아프지. 너도 아프지. 아프지. 아프지. 아프지.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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