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작년 봄 이야기다.
당시 나는 서울에 올라온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직장을 못 찾고 있었다. 알바비로 월세를 버텨왔는데 두 달이 밀려 있었고, 부모님한테 연락하기도 민망할 만큼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즈음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공고를 하나 봤다. 업무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일당이 30만 원이었다. 황당한 금액이지만 이력서를 넣었더니 다음 날 연락이 왔다.
면접 장소는 지하철역에서 20분쯤 걸어야 하는 상가 건물이었다. 주변에 식당과 편의점이 있었고, 낮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고, 로비에 안내판이 없었다. 4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문에 간판이 없었다. 노크를 하자 40대 남자가 문을 열었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사무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책상 두 개, 의자 몇 개. 창문이 있었지만 커튼이 쳐져 있었다. 남자 외에 30대쯤 되는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서류를 들고 있었다.
면접은 짧았다. 체격, 건강 상태, 혈액형, 과거 수술 이력을 물었다. 면접에서 신체 조건을 묻는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부 직종은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질문에 답했다. 면접이 끝나자 남자가 투명한 컵에 담긴 음료를 건넸다. 물처럼 보였다. 목이 말랐고, 마셨다.
그 이후 기억이 흐릿하다.
지하철을 탄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시계를 보니 면접 장소를 나온 시간으로부터 두 시간쯤 지나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 그 사이 시간이 설명이 안 됐다. 그날은 피곤한 줄 알고 잠들었다.
사흘 뒤였다. 샤워를 하다가 오른쪽 옆구리 뒤쪽에 뭔가 붙어 있는 걸 손으로 만졌다.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떼어보니 밴드가 아니었다. 피부 위에 투명한 접착제 같은 게 얇게 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 가느다란 흉터가 있었다. 길이는 1센티미터 남짓이었다. 언제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오른쪽 옆구리 부근이 가끔 이상하게 가볍게 느껴졌다. 뭔가 있어야 할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열흘쯤 지나 동네 내과에 갔다. 의사한테 흉터를 보여주자 잠깐 살펴보더니 진료 기록이 있냐고 물었다. 내가 모른다고 하자 의사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특이 사항 없다고 했다.
면접 봤던 건물에 다시 가봤다. 4층은 비어 있었다.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고,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구인 사이트의 공고는 삭제되어 있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해당 계정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일 년이 지나도록 가지 못했다.
검사를 받으러 가지 못하는 이유가 두렵기 때문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미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