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가 사주를 보자고 한 건 그해 늦가을이었다. 직장을 옮길지 말지 결정을 못 하고 있었고, 마침 아는 누나가 용하다는 집을 하나 알려줬다고 했다. 나는 그런 걸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재호가 차를 가져온다기에 따라나섰다.
집은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주택가 골목 끝에 있었다. 간판도 없고, 파란 대문 옆에 빨간 깃발 하나만 걸려 있었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좁은 마루를 지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향 냄새가 짙었고, 가운데 작은 상을 두고 머리가 희끗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내 차례가 먼저였다. 그 사람은 내 생년월일을 듣더니 몇 가지를 짚었다. 직장을 옮기는 건 봄까지 미루라고 했고, 집안에 물을 조심하라고 했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몰라도 말투가 차분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가 자기 차례라며 상 앞으로 다가앉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더니 재호 얼굴은 보지도 않고 상만 내려다본 채로 말했다. 나가라고. 처음엔 작게, 그다음엔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 썩 꺼지라고. 여기서 나가라고.
재호는 어이없어했고 나도 화가 났다. 사람을 불러놓고 복채도 안 받고 내쫓는 게 어디 있냐고 따졌지만, 그 사람은 우리 쪽을 보지 않았다. 시선을 계속 방문 쪽, 우리가 들어온 자리에 두고 있었다. 우리는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 하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재호는 별 미친 무당을 다 봤다며 웃었고, 나도 같이 웃었다.
재호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건 그로부터 열흘쯤 뒤였다. 새벽에 혼자 운전을 하다가 다리 난간을 들이받았다고 했다. 도로는 말라 있었고, 졸음운전이라기엔 그 시간에 그 길을 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장례식장에서 나는 그 집 생각을 했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사십구재가 지나고도 그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골목을 다시 찾아갔다. 깃발은 그대로였다. 그 사람은 나를 알아봤다. 내가 채 묻기도 전에, 같이 왔던 친구 일로 왔냐고 물었다.
나는 그날 왜 재호를 내쫓았는지 물었다. 그 사람은 한참 향 타는 걸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날 너희 둘이 문으로 들어왔는데, 너는 똑바로 걸어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친구는 거꾸로 서서 들어왔어. 머리를 바닥에 두고, 발이 천장에 닿은 채로. 그렇게 들어오는 사람한테는 아무 말도 해주면 안 돼. 말을 섞으면 데려가는 게 같이 듣거든."
그 골목을 나오는데, 내 그림자 뒤로 따라붙는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