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그 일자리는 구인 사이트가 아니라 아는 형을 통해 알게됐다. 단순한 간병 비슷한 일인데 일당이 보통의 세 배라고 했다. 빚이 있었고 급했던 나는 조건부터 물었다. 형은 딱 하나라고 했다. 일하는 동안 보고 들은 건 무엇도 밖으로 옮기지 말 것.
면접은 시외의 한 상가 건물 사층에서 봤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를 맞았고, 일은 간단했다. 한 여자가 있는 방에서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챙기고, 약을 먹는지 확인하고, 그 사람이 방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지키는 것. 남자는 그 여자가 몸이 약하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누가 찾아오거나 전화가 와도 응대하지 말라고 했다.
여자는 이십 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말이 거의 없었고, 하루의 대부분을 창가에 앉아 바깥을 봤다. 처음 며칠은 나를 경계했지만 차차 밥은 받아먹었다. 가끔 손목과 발목에 옅은 자국이 보였는데, 나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기로 하고 받은 돈이었다.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정해진 날 봉투가 들어왔고 액수는 정확했다. 나는 그 방의 규칙에 익숙해졌다. 여자가 식사를 자주 거르기 시작했고, 정장 남자 대신 흰 가운을 걸친 사람이 며칠에 한 번씩 와서 여자의 혈압과 피를 확인하고 갔다. 검진이라고 했다. 나는 별 의심없이 듣기만 했다.
그날은 비번이었다. 건물 앞 편의점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자신을 흥신소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사진 속 여자를 아느냐고 물었다. 내가 두 달째 밥을 떠먹이던 그 사람이었다. 나는 모른다고 했다. 남자는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불쑥 그 여자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사진 속 여자는 몇 해 전 작은 가게를 하다 빚을 졌다고 했다. 처음엔 정상적인 대출이었는데 이자가 이자를 낳았고, 갚을수록 원금이 불어나는 구조였다. 어느 시점부터 그 여자는 결국 행방불명됐다. 그 여자의 가족이 의뢰를 했고, 남자는 반년째 그 여자를 찾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저런 식으로 넘어간 사람들의 끝이 어떤지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검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나는 두 달 동안 그 단어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 적고 있었다.
남자는 그 여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된다고 했다. 곧 장기적출을 당할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모른다고 다시 말했다. 비밀을 옮기지 않기로 하고 받은 돈이 통장에 그대로 있었고, 그 돈으로 갚은 내 빚이 절반쯤 줄어 있었다. 남자는 명함을 내밀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다음 주에 출근하니 그 방은 비어 있었다. 침대도 약통도 창가의 의자도 그대로였는데 사람만 없었다. 정장 남자는 일이 끝났다며 마지막 봉투를 건넸고, 평소보다 두꺼웠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본 것은 잊으라고 했다. 나는 봉투를 받고 고개를 숙였다.
집에 와서 봉투를 열었다. 돈 사이에 메모지가 한 장 끼어 있었다. 거기엔 내 가족의 정보와, 내가 진 빚의 정확한 잔액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다음 사람도 잘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