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그날 밤도 평소처럼 늦게 퇴근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는 걸어서 십 분, 가로등이 드문 골목을 하나 지나야 했다. 골목 입구에 다다랐을 때, 길 건너편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조금 떨어진 정류장 의자에 혼자 앉아 휴대폰을 보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냥 보는 게 아니었다. 미동도 없이, 눈을 떼지 않고, 너무 오래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감각이 먼저 왔고, 몸이 천근만근이였다. 소리를 내야 한다고, 저 여자에게 신호라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가로등 밑에 박힌 듯 서 있었다. 여자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부리나케 골목길로 발길을 옮겼고 남자는 여자의 뒤를 좇았다. 나는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내내, 내가 본 게 정말 범행으로 이어졌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나흘 뒤, 동네 일대가 시끄러워졌다. 한 여자가 실종됐다가 변을 당했고, 경찰이 일대를 묶어 수사 중이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 얘기로는, 그 남자가 오래전부터 사람을 노려 온 조직과 닿아 있었고, 여자를 범한 다음에 그 사람의 살덩이를 얇게 썰어서 외국에 보낸다는 얘기까지 흉흉하게 돌았다. 그리고 그 범행장소의 위치를 들었는데 그 사람들을 봤었던 버스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였다.
며칠 후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그 골목 맞은편 상가 CCTV에 목격자로 보이는 사람이 찍혔다며, 확인을 부탁한다고 했다. 화면 속에서 나는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남자가 정류장으로 다가가고, 여자가 일어서고, 둘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그 몇 분 동안, 나는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 한 번 들지 않았고, 한 발짝도 떼지 않았다. 형사는 놀라셨을 테니 자책하지 마시라고 했다. 그 말이 오히려 나를 더 오래 그 화면 앞에 붙들어 두었다.
그런데 화면을 다시 돌려 보다가, 형사는 보지 못한 것을 나는 봤다. 남자가 여자와 함께 골목으로 들어가기 직전, 그가 잠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길 건너를 봤다. 정확히 내가 서 있던 자리를. 그러고는 아주 옅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는 그날 밤 그가 나를 봤다는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 뒤로 나는 거리의 카메라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카메라의 사각지대라 일컫는 곳에 뭔가가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편의점, 골목길, 은행 입구, 공원 화장실 등등, 그런 곳들을 지날 때마다,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면 비어 있었다;
밤에 허기가 져서 근처 편의점으로 가는 도중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멈췄다. 그리고 주머니 속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잠금 화면이 키려고 했는데 검은 화면에 어떤 여성이 나를 멀찍이 바라보는 모습이 비춰졌다. 분명 겁에질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