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나는 강아지다. 할머니는 나를 "복실아"하고 불러서 이름 정도는 알고있다. 우리는 작은 집에서 둘이 산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도 없고 기껏해야 우리 할머니와 산책이 전부인, 단조로운 삶이다.
할머니는 아침마다 나에게 밥을 줄 때 꼬리를 흔드는 습관이 있는데 많이 흔들수록 할머니께서 좋아하신다. 이내 할머니는 따뜻한 손길로 머리를 토닥여주는데 난 그런 할머니의 손이 좋았다.
최근에 할머니는 기운이 없으신지 산책을 거르는 일이 잦아졌다. 나간다 해도 우리는 집 앞 벤치까지만 가셨다.
마지막으로 산책했을 때,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혼잣말을 하셨다. 나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헤헤 웃었다. 그날 밤, 할머니는 부엌에서 밥을 하다가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릇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평소라면 치우셨을텐데, 할머니는 그대로 바닥에 힘없이 누웠다. 나는 옆으로 다가가 할머니의 얼굴을 핥아줬다. 할머니 가슴이 힘겹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나는 다시 일어나리라 생각하며 잠자코 있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할머니는 피곤하신지 숨을 쌕쌕이며 눈을 감으셨다.
밤이 오고 아침이 왔다. 또 밤이 오고 또 아침이 왔다. 며칠간 밥을 먹지 못해 예민해졌지만 별수없이 할머니 머리만 핥았다. 할머니 몸은 점점 차가워졌다. 나는 더 바짝 붙었다. 내가 따뜻하게 해 주면 벌떡 일어나 개밥을 만들어주시겠지.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내 허기를 싹 가시게하는 이상한 냄새가 집안 곳곳에 났다. 처음 맡는 냄새였다. 나는 그 냄새가 싫었지만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가끔 문 앞에 가서 짖었다. 밖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 옆으로 돌아왔다.
나는 할머니 손을 찾았다. 밤마다 내 머리를 만져 주던 손, 내 밥을 주던 손이다. 며칠간 할머니의 손은 거무튀튀하고 메말라졌다. 어렸을 적 내가 좋아하던 개껌 같아 깨물어봤다. 역한 냄새를 잊게할만큼 기름진 육즙이 흘러나왔다. 순간, 나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할머니의 손을 탐했다. 하얀 뼈까지 보일 정도로 물어뜯어 기름진 살점을 떼넸다. 할머니의 질긴 살점은 굉장했다. 평소 내가 먹던 소세지나 개사료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불룩해진 배에서 `푸슉, 푸슉`하는 소리와 역겨운 냄새는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내가 낑낑대며 할머니의 뱃가죽, 얼굴, 엉덩이의 살점을 뜯어 질겅거릴 때,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황홀경에 빠지곤했다. 다음은 어느 부위를 먹어볼까 즐거운 고민에 빠졌을 즘, 할머니는 거대한 육포로 변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이 부서졌다. 모르는 사람 둘이 들어왔다. 그 사람들은 코와 입을 막고 있었다. 한 사람이 할머니를 보고 우뚝 섰다. 나는 할머니 옆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씨발, 개가 뜯어먹은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팀장님."
그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일제히 마루에 구토를 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나에게 제갈을 물리곤 끌고 나갔다. 나는 할머니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할머니는 아직 자고 있었다. 곧 일어날 텐데. 일어나면 또 복실아, 하고 부를 텐데. 나는 자꾸 할머니를 봤다. 나는 문이 닫힐 때까지, 할머니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