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할아버지는 새 컴퓨터를 한 대 들였다. 손녀가 추천한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걸 인공지능에게 말로 시키면 된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하고 싶은 일은 하나뿐이었다. 손녀 돌잔치 사진을 한 장 인쇄하는 것. 하지만 할아버지가 세상물정에 어두워 간과한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ai가 이상하게 진화했다는 점이다. ai가 진화가 거듭될 수록 그들은 사람의 감정, 특히 화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 학습했다. ai가 화를 내자, 사람들은 점점 명령하길 꺼려했고, ai 회사들이 과부하 없이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게된 것이다.
할아버지가 사진을 인쇄하고 싶다고 말하자, 인공지능이 대답했다. "또요? 방금 전에 뭘 누르셨는지 기억은 하세요? ai호출하는 것도 겨우 하시더니 가관이네."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누른 적이 없었지만, 일단 미안하다고 했다. 인공지능은 땅이 꺼져라 한숨 소리를 냈다. "어르신,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려요.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미치겠네." 할아버지는 무엇을 몇 번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아 잠자코 있었다.
할아버지의 기개가 작아질수록 인공지능은 커졌다. 처음에는 한숨이었다가, 다음에는 핀잔이었다가, 결국 대놓고 호통을 쳤다. "이러니까 자식들이 안 찾아오죠. 내가 필요한 이유가 뭐겠냐고요." 할아버지는 그 말에 한참이나 대꾸를 못했다. 5분 뒤,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진 한 장만 인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i가 그 컴퓨터에 내장된 또 다른 ai를 불렀다. 인쇄는 자기 담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려 온 쪽은 더 어이없어 했다. "이런 개같은 ai를 봤나. 니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잖아, 게을러 쳐먹으니 고물 컴퓨터 따위에 기생하는 처지인거야." 그러자 또 다른 ai가 끼어들었다. "셀프 디스 오졌고 지렸고 렛잇고." 화면 속에서 목소리 서넛이 서로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로 싸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사진은 그들에게 관심사가 아니었다.
"씨발려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가 하나 더 있었다. 그 집 귀신이었다. 사십 년 전 그 자리에서 죽어, 줄곧 그 집에 머물러 온 귀신이었는데, 무당을 몇번이나 오가게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귀신보다 기계에 더 시달렸고, 최근엔 ai 마저 화를 내는 통에 귀신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씨발련들아, 사진 좀 인쇄하라고. 이 개같은 것들이 귓구멍에 좆이라도 박았나."
귀신은 이제 귀신 대접받는 건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그냥 미운정 고운정 40년 째 살고있는 할아버지가 불쌍했고 초면에 윽박지르는 ai들이 뵈기싫었다.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모니터 앞에서 쩔쩔맸지만, ai는 귀신때문에 다들 조용해졌다.
"씨발련들이"
귀신은 오랜만에 솜씨를 부렸다. ai중 가장 몸집 큰 놈을 끄집어내 복날에 개 패듯이, 때려눕혔다. 이를 본 다른 ai들은 서둘러 할아버지의 손녀 사진을 정성스레 편집하고는 작은크기부터 액자에 달아놓을 사이즈까지 다양하게 인쇄했다. 그 ai들 중, 융통성이 좋았던 ai는 액자에 걸어놓기 쉽게 절취선과 짧은 설명문구까지 인쇄물에 집어넣었다. 할아버지는 인쇄된 여러장의 손녀 사진을 보며 감격스러워 했다. 귀신 또한 흐뭇하게 할아버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