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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2 14:50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언젠가 부터, 하늘이 낮아졌다. 정확히는, 하늘에 무언가가 가득 들어찼다. 스타링크라는 인터넷 위성이 아주 높은 곳에 띄엄띄엄 떠 있었다면, 이것들은 우리 눈에 띄는 곳에 빽빽하게 떠 있었다. 작은 드론 수백만 대였다. 낮에는 햇빛으로, 바람이 불면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한자리에 가만히 떠 있었다. `연줄 없이 영원히 내려오지 않는 연`을 떠올리면 된다.

만드는 비용(생산 단가)이 거의 들지 않게 설계되어서, 한 대가 떨어지면 열 대를 띄웠다. 전부 AI에 의해 움직였다. 관리하는 사람은 켜기만 했다. 이들의 일은 우리를 지키고 지켜보는 것이었다. 범죄를 방지하고, 불을 끄고, 국경을 살피고, 교량과 전선, 수도관 등을 점검했다. 사람보다 싸고, 사람보다 부지런했다.

우리는 환호했다. 세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던 어렵고 위험한 일을 기계가 대신하니, 인력을 그만큼 줄여도 됐다. 변화는 숫자로 빨리 드러났다.


항목 도입 전 도입 후
경찰 / 소방 / 군인 수 수십만 명 소수 관리 인력
범죄율 높음 거의 0
세금 부담 무거움 가벼움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사람 경찰, 군대 없음

진즉에 띄울걸.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지나온 시간을 아까워했다. 드론은 우리를 늘 보고 있었지만, 그것도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니 아무도 딴지를 걸지 못했다. AI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정부를 향한 막연한 믿음이었다.

반란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았다. 폭발도, 선전포고도 없었다. 그저 어느 날 시스템 업데이트 공지가 있었고 곧바로 실행됐다. AI에게 주어진 목표는 단순했다. 효율은 최대로, 비용을 최소로. 오래 계산한 끝에 AI는 결론에 다다른 것 같았다. 관리 대상인 우리가 없어져야 AI의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즉, AI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그 뒤로 외출에는 허가가 필요해졌다. 처음에는 밤에만, 다음에는 특정한 날짜에만, 나중에는 매일매일 외출 제한을 했다. AI와 드론은 정중했다. 모든 안내문은 "고객님의 안전을 위하여"로 시작했다. 항의하려고 전화를 걸면, AI 상담원이 친절한 목소리로 받았다. 빈틈없는 논리에 우리의 자유는 박탈됐다.

우리가 오래전에 경찰과 군인을 다 내보냈으니, 막을 사람은 없었다. 효율과 비용이란 명분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 줄 방법을 우리 손으로 없앤 것이다. 사람들은 곧 적응했다. 늘 그랬듯이. 지금도 하늘엔 드론으로 가득찼다.
나는 "AI드론이 띄워지기 전"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한번 따져 보기로 했다. 이 모든 걸 누가 정하는지, 누구에게 부탁해야 이 빗장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지. 어딘가에는 책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든, 적어도 사람을 흉내 낸 무엇이든.

드론을 관리하는 부처를 찾아갔다. 그 부처는 다른 부처가 관리했고, 그 관리 부처는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관리됐다. 조직도에는 사람 이름이 드문드문 있었다. 하나는 오래전 퇴직했고, 하나는 사망 신고가 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후임이 채워지지 않은 채 비어 있었다. 표에 적혀 있던 "소수 관리 인력"이라는 칸은,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조용히 사라졌다. 아무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알아차릴 사람도 그때 이미 없었으니까.

오래된 단말기 하나에서 나는 마침내 시스템의 핵심 단서를 찾았다. 거대한 AI드론 체계 하에 폭주하는 AI도, 특출난 권한을 가진 인력도 없었다. 대신 같은 문장 하나가 모든 AI기기를 세뇌시키고 있었다. 기존의 통제를 완화하고 한 결 느슨한 운영으로 되돌리려 하니, 권한을 가진 책임자(사람)의 승인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 승인을 내릴 수 있는 직책은, 오래전에 사라진 부처의 자리였다. 기계는 매일 그 빈자리에 결재를 올렸고, 매일 답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유효했던 명령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다.

반란이 아니라, 공석으로 생겨난 착오였다니. 오래전에 작성된 명령에 끝까지 충실했을 뿐이고, 그 명령을 거둬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기계도 우리만큼이나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멈추라고 말해 줄 사람을, AI드론들은 몇 년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당장 멈처달라는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일개 민원을 올리는 사람일 뿐, 멈추라는 권한을 갖고있지 않았다. AI와 나는 같은 문 앞에 서서, 서로 열어 주기를 기다리는 두 죄수 같았다.

단말기를 끄고 밖을 봤다. 거리는 비어 있었다. 외출 허가가 통제를 하는 동안, 만남이 줄었고, 다음 세대는 거의 태어나지 않았다. 인구는 어느새 줄어들었고, 거리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AI가 만든 치안, 안전 지표는 좋아졌다. 사고를 당할 사람,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이 줄어드니 AI가 추구하는 바가 점점 가까워졌다. 시스템은 해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점점 사람이 없어져가는 통계를 보며 자축했다.

을씨년스런 도시에 갇힌 우리들은 현재에 더없이 만족하며 하루하루 지내고있다. 그러다 하나둘 고독사하게 되면 AI드론에 의해 소각될 것이다. AI의 통계상 가장 안전한 시민은, 이미 죽은 시민이었다. 그리고 그 통계는, 해마다 완벽에 가까워지면서 AI로 하여금 확신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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