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따위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하고 삼촌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삼촌이 초등학교 때
친구 중에 T군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매일같이 놀았다.
둘도 없는 친구였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T군이 사라졌다.
유괴된 것이다.

T군이 사라지기 전날 저녁,
삼촌은 T군을 봤었다.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T군과 또 한 명(모르는 어른)이
숲길의 한 방향으로
즐겁게 얘기하며
걸어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물론 삼촌은
T군의 가족이나 경찰에 그 사실을 전했지만
이렇다할 특이점이 없어
유력한 단서가 되지 못했다.
게다가 납치인데
몸값 요구나 협박이라고 한 전화도
아무것도 없었고
범인의 목적이 일절 불분명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고 했다.
아무런 진전 없이
일주일 넘게 지난 어느 날.
"어, 저 그림 저런 색이었나?
교실 뒷벽에
학생 각자가 그린
자화상이 붙어 있었는데,
T군의 그림만 이상했다.

배경이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T군의 안색이 묘하게
붉은 빛이 강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반 친구들에게
그 말을 전했을 때엔
다들 기분 탓이라고 했지만,
이틀 사흘이 지나면서
점점 빨간색이 강해져
마침내 붉은귀신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이쯤 되니
반 아이들도
의식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찾아주지 않아서 화났나?"
"분명 더운 곳에 있을 거야."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T군이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결국 알 수 없었다.
다만
T군은 지금 매우 아파하고 있다,
괴로워하고 있다
라고 느껴져서
삼촌은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 그림은
T군 부모님께 드리는게
좋겠다고 하여 교실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근처 역 앞이나
번화가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아직까지
T군은 실종 상태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T군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고
삼촌은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일 때문에 전학을 가게 된 삼촌은
"T군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가자"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고
삼촌은 내키지 않은 채
어머니와 함께 T군의 집으로 향했다.
저녁을 사먹기도 하고
집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추억이 많은 T군의 집을 보기가 힘들었다.
초췌해 다른 사람처럼 된
T의 어머니가 현관으로 나왔고
삼촌은 무심코 오른편에 있는
거실을 들여다보다가
벽에 붙은T군 자화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T군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천국에서 편안하게 지내길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며
삼촌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