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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겪었던 일 (신기한 경험담, 소름)
2023.10.07 19:26
관리자2(adm****)
img.jpg



내가 겪은 일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평생 어제일 같은 생생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각종 정신과적인 병으로 몇 년째 병원을 다니고 있었어.
그러다 어느 날 여름쯤이었나
새벽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새벽부터 아침동안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만
아무도 날 발견하지 않은 탓에
아침과 오후를 지나서 당일 저녁쯤 되어서야 응급실에 도착했어.

119를 부르지 않고 차로 이동해서
응급실에 간 것도 어느정도 시간지체에 힘을 실었지만
처음 갔던 응급실에서 아마 거부를 당해서
두번째인가 세번째로 갔던 병원에 도착해서야 응급실로 입원할 수 있었어.
나는 당연히 응급실 가는 길은 물론이고
응급실 안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기억도 안나.
가족들의 말로는 정말 아무도 발견하지 않았다면 
응급실에서도 손을 놓을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애.
정말 어쩌면 운이 좋았지. 늦게나마 병원에 갈 수 있었던 건.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는 중환자실로 올라갔어.
중환자실에서도 의식이 없었어서 중환자실 입원하고 며칠이 지났을 쯤
한 4일 정도 지났나?
몇 시인지는 모르겠는데 기관지경을 하다가 잠깐 눈을 떴어.
당시에 폐가 많이 안 좋았는데 석션인지 뭔지
입에 꾸역꾸역 넣어서 흡입? 하는 거였는데
그때 의식이 잠깐 돌아왔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근데 그때도 완전히 의식이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어.
잠깐 말도 못하게 괴로워서 정신이 한 번 차려졌던 거 빼고는
그 뒤로는 검사가 어떻게 됐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
그냥 그 뒤에 인공호흡기 낀 채로 반쯤 눈을 뜨고 속으로
‘살았네… 아…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 했던 것 같아...ㅋㅋ

나는 깨어나고나서 말도 못했고 (목소리가 안 나왔음)
밥 먹는 건 물론 물도 못 먹었어.
그냥 항상 오른쪽으로 누워서
옆 침대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맨날 맨날 봤던 것 같애.
그때는 뭔 생각으로 계속 봤던 건지 잘 모르겠는데
생각 나는건 간호사분이 밥 드시라고 먹여주시고...
외상이나 그런 게 없어서 외관으로만 봤을 땐
아픈 사람인지도 모를 정도였어. 말은 아예 없으셨고.

나는 그분이 너무나도 정정해보여서
곧 퇴원하시지 않을까 했다.
호흡기 같은 것도 끼지 않으셨었거든.
물론 중환자실에 들어온 이유가 분명 있었겠지만
간호사분이 먹여주시는 밥 조금씩 먹는 모습을 보고
막연하게 그냥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


중환자실에서 깨어나고
며칠은 나도 정말 정신이 멍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었고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잘 못해서 호흡기 단계를 낮추고 나서도
나는 계속 자고 깨기를 반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처치만 받으며 지냈어.
뭐 중환자실이라는게 다 그렇겠지만.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깨어난지 하루이틀쯤 지나고나선가,
밤에 자다가 꿈을 꿨어.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도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구분이 안가.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이게 그냥 행동이나 구조상으로만 봐도 비현실적이다 싶으면
꿈을 꿀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일순 있어도,
꿈에서 깨고 나면 아 꿈이었구나 하고 생각하잖아?

근데 난 아직도 그게 구분이 안가...
왜냐면 너무 생생했는데,  그냥 생생한 ‘꿈’이랑은 너무 달랐어.
꿈이 아니라 누군가가 최면을 걸어서
환각과 환청을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그냥, 현실 그 자체 같았어.
물론 누가봐도 꿈이라고 할게 분명하니
나는 아무에게도 얘기 안했지만…

지금부터 그 꿈에 대해 얘기하려고 해.


당시 중환자실엔 6개의 침상이 일렬로 쭉 정렬되어 있었고
나는 4번 침상에 누워있었어.

img.jpg
구조가 대충 이런식인데 상상 돼?
내가 누워만 있었어서 자세한 구조는 모르겠는데
나가는 입출구는 간호사실 쪽에 있었어.
침대마다 간호카트? 있고
침대 왼쪽마다 호흡기, 모니터 이런 기계들 있었고.
내 왼쪽 침대인 3번 침상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른쪽인 5번 침상에는 앞에서 말했던 그 할아버지가 누워계셨어.

꿈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일단 나는 그때 잠에든 기억이 전혀 없어. 눈을 감은 기억도 없고…
간호사실 쪽만 불이 켜져있고 침대 쪽은 좀 어둡길래
그냥 밤이 됐나보다 하는 자각만 있었어는데
어두워진지 어느정도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싶을 때쯤
눈을 깜빡이다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어.

물론 그때당시엔 온몸에 줄 여러개 달려있고
주사도 여러개 달려있는 채로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현실이 아니라는 증거겠지...
근데 나는 그런 현실성에 대해서는 별로 자각이 없었어.
그리고 그때 또 자각하지 못했던 건
중환자실 내부였는데, 실제와 상당히 달랐거든?
img.jpg
구조적으론 이랬어.
복층으로 되어있었는데
윗층은 침대가 늘어져 있었고 아랫쪽은 간호사실이었는데
간호사실은 이상하게도 병원 같지가 않고
1층은 완전히 가정집이나 펜션, 자취방… 이런 형태였어.
침상들이 엄청 많아져가지고 계단은 사실상 어두워서 잘 안보였음.

일어나니까 환자는 온데간데 없고
밑에 층에서 간호사 분들은 라면을 드시고 있었음...ㅋㅋㅋ
(이게 진짜 비현실적인것 같은 이유... 
당시에도 실내구조나 분위기 이런거에 비현실성을 느낀게 아니라
어? 간호사 분들은 라면 드실 여유도 없으실텐데...
이런 생각으로 되게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어.)
나도 실은 라면이 먹고 싶었는데…
난 안 먹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어ㅠㅋㅋ 
간호사분들은 내가 일어난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나는 2층 난간에서 가만히 밑을 바라보기도 했고
아무도 없는 윗층을 돌아다니기도 했어.
왠지 넓어진 내부에 솔직히 병원처럼 꽉 막혀있지도 않았고
1층에서는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니까
내심 좀 돌아다니는게 재밌었던 것 같애...
(물론 실제 중환자실에선 일케 돌아다니면 안됩니다)

암튼 그러다가 2층 한쪽에
계단처럼 침대가 쌓여져있는 걸 발견하고
맨 꼭대기로 올라가서 침대에 걸터 앉았어.
전혀 아슬아슬하다거나 이런 거 없이 완전 편했고
나는 그냥 침대에 앉아서 일렬로 늘어져있는 침대들만 하염없이 바라봤어.
꽉 들어차있다고 생각했던 중환자실에 아무도 없으니 기분이 묘하더라.

근데 그때 갑자기 2층 어둠 너머로
어떤 할아버지가 천천히 걸어오시더라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리고 발소리도 없이
적적히 죽은 눈을 띈 채 걸어오더니
침대계단을 밟고 올라와 내 옆에 앉으셨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난 그냥 입 꾹 닫고 묵묵히 앉아서 침대 아래만 쳐다봄...
(그땐 좀 무서웠어...)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너는 왜 여기에 왔냐고 물어보더라.
차분한 말투가 뭔가 편안해서
나는 잠깐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대답했어.
어쩌다보니 죽을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할아버지께서도 잠시 말이 없으셨다가
나한테 "학생은 아직 살 날이 많은데..." 이러시더라고.
근데 난 솔직히 그 말에 좀 울분?이 올라왔어.
왜냐면 나는 스스로 정말 끝을 보겠다 하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저 상황이 더 악화되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냥 머리가 하얘지고
미래가 너무 두렵기만 해서 눈물이 막 나오더라.

할아버지는 당황하지도 않으셨고 화도 내지 않으셨어.
왜 우냐는 말도 없이 한 손으로 내 등을 토닥이시더라.
분명 생판 처음 보는 할아버지인데
토닥여주시는게 뭔가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진정도 돼서
난 금방 울음 그쳤고 죄송하다했어.
할아버지는 나한테 이해한다, 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나도 학생이랑 똑같아. 아니 난 더 비겁했지.

나는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무슨 뜻이냐고 나는 물었고 
그제서야 대충 할아버지의 사정을 들었어.
대충 짧게 생각나는대로 요약하자면


할아버지 아내 분이 사고로 돌아가셨대.
정확히는 사고 당시에 돌아가신 건 아니고
살아있는 채로 발견돼서 구급대원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고
바로 응급실로 이동했다고 해.
그런데 하루 이틀 괜찮다가 점점 상태가 나빠졌대.
사고로 인한 후유증 중 하나였나봐.
자식들은 다 너무 바빴고 돈도 벌어야 돼서
몇 번 얼굴 보러 찾아오기만 했대.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그리 심각하다곤 생각 안했나봐.

할아버지도 아내분 간병하면서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버티셨대.
자식분들이 돈을 주면서 간병인을 쓰라고 하기도 했는데
할아버지는 자기가 없으면 상태가 안좋아질까봐
그게 너무 무섭고 아내 얼굴을 하루라도 안보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고 그러셨어.
그래서 매일매일 옆에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퇴원할 날만 기대하면서 있었는데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더니 결국 중환자실에 가게 되셨대.
아내분이 의식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씀이

너무 무섭다, 혼자 가고 싶지 않다.

이런 얘기 였나봐.

할아버지는 혼자 가게 냅두지 않을 거라고 달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랐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
아내분이 중환자실에 가서도
면회시간 마다 병원에 오시고
면회 시간이 끝나면 중환자실 앞에서 매일 우셨대.

그런데 아내분은 얼마 안가 중환자실에서
눈도 못 뜬 채로 돌아가셨고
아내가 없는 집안이 너무 적막하니
우울증이나 무기력증도 심해져가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지니까
그냥 아내를 따라가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대.


할아버지의 사정을 듣고나니까
그저 내가 했던 모든 생각들이 부끄러워지더라.
아내분께서는 할아버지가 잘 살아가고 행복하시길 바랄거라고,
나는 그런 말이 전혀 위로가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었어.
그때 할아버지가 하셨던 대답은 정말 영화 장면처럼 생생하게 기억나.
표정, 말투, 목소리까지 다.


아내는 자기가 없어도 내가 잘 살기를 바랐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그런 행복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가 없었어.


그 말은,
사랑이 뭔지, 인생이 뭔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내 지난 과거를 돌아보게하는 말이었어.

그 뒤부터는 내 이야기도 하고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
근데 하나 확실한 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비하면
내 인생은 너무나도 짧고 단편적이고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
뭐 여러가지 옛날 이야기를 들으니까
우리 친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해서
지금 이렇게 할아버지랑 얘기하고 있으니까
우리 할아버지랑 어릴적에 이야기 했던 게 생각난다고 내가 그랬어.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내 손녀딸이 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자기도 모르지만
나중에 자기를 찾아오게 되면
그동안의 얘기도 다 해달라고 하시더라.
그러고 나서 이제 가야할 시간이 된 것 같다고 하시더니 
아내가 너무 많이 기다렸다고,
얼른 가봐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셨어.
나도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다가

`할아버지, 또 봬요. 오래 기다리실 수도 있겠지만요.`

이렇게 말하고 웃었어.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걸어올라 가시면서
마지막 말을 하셨는데
그게 좀 드문드문 기억 나.


아픈 시간은 반복되겠지만 너는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이 될 거다.
다시 이 곳에 오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 내 시야에서 사라지셨어.
할아버지가 안 보인다고 생각할때쯤
병원 구조가 갑자기 변하면서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있더라.
믿기지 않지? 나도 그랬어.
그냥... 정말 누가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어.
나는 뭔가 긴 꿈을 꾼 듯한 느낌을 안은 채로
다시 내가 누워있던 침대로 돌아갔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 것 같애.
침대에서 한참 눈을 뜬 채로 있었는데… 어느 순간 동이 트더라.
정신 차리니까 아침이었고, 중환자실은 다시 분주해졌어.

신기하게도 나는 그 날을 계기로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좋아졌어.
호흡기를 떼고
내일이면 일반 병실에 갈 거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던 날부터는
전보다 편안해졌지.

그날 난 중환자실에서 처음으로 물을 마셨는데 
내가 물을 마시다가 손을 제대로 못 가누는 바람에
침대에 물 흘리고 옷에도 묻고 해서
간호사 선생님이 나한테 환자복 가져오겠다고 그러시면서 갔거든?
근데 그렇게 가시고
잠깐 눈 붙였다가 금방 일어났는데
그새 좀 더 분주해진 느낌이더라고.
기계소리도 막 들리고
간호사 선생님들 목소리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발소리를 듣고 눈 떴던 거 같애.

그때도 환자복이 좀 젖어있었어가지고
나는 별 생각 없이 바쁘셔서 잊으셨나… 하고 가만히 기다렸어.
뭐 간호사 선생님을 부르고 이럴 정신이 없었던 것도 있는데
다들 너무 바빠서 말도 못하겠더라고.
근데 내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깨어난 날 보더니 오셔서는
지금 환자 한 분이 사망하셔서 좀 바빠졌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시고 갔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어.
왜냐면 중환자실이니까.
사망하는 환자가 하루에 한 명꼴은 있겠구나 싶었거든.
그냥 네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하고 가만히 있었지.

그런데 사망했다는 환자가 침대에 누운 채로 이동하는걸 봤어.
흰색 천이 얼굴 밑으로 내려가서 얼굴을 정확히 봤거든?
난 아직도 내 기억이 잘못된건가 하고 의심하기도 해.
하지만 분명 그 얼굴은 내가 지난 날 꿈 속에 나온 할아버지였어.

하지만 참 이상해.
사망한 환자라고 하는데 어느데서도 곡소리가 들려오지가 않어. 
물론 보호자나 유가족이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
나도 다른건 잘 모르겠어.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애.
하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만은 정확히 봤다고 말할 수 있어.

머리가 복잡해져서 나는 몸을 뒤척거리다가
왼쪽을 돌아보며 누웠어. 
멍하니 옆 자리 환자를 바라보면서.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내 왼쪽에 환자. 3번 침상은 원래 비어있었다고 했지?
난 그저 새로운 환자가 왔다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그 환자 너머로 보이는 병상의 개수를 셌는데
하나 둘, 두개밖에 없더라고.
이게 무슨 뜻이냐면, 지금 내가 3번 침상에 누워있다는 뜻이야.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을 때
분명 나는 4번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그제서야 많은 생각이 들더라.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했고...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서 간호사 선생님한테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좀 무섭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될까봐.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처음 눈 떴을 때
오른쪽으로 누워 보았던 침상을 떠올렸는데
그때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어.
나는 그 꿈을 꾼 이후 줄곧 왼쪽으로 누워
2번 침상를 보고 있었기에 몰랐던 건데
(이때 욕창때매 오른쪽으로 누울 수가 없었음...)
의식을 하고 오른쪽으로 고개만 살짝 돌려서 바라보니까
낮고 불투명한 막 같은게 3번과 4번 침상 가운데를 막고 있었어.
지금이야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땐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나는 다음날 중환자실 밖으로 나와 준중환자실로 옮겼어.
금방 콧줄을 빼고, 엑스레이도 여럿 찍어보고,
증상이 많이 호전되어 밥도 먹을 수 있게 됐지.
퇴원하기 전날엔 소변줄을 빼고
여러 선들을 빼며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곧 목에 굳게 박혀있던 주사바늘까지 뺐어.
준중환자실에서 나는 일주일도 안 되어 퇴원하게 됐어.

그리고 이건 퇴원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너네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이라고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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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치료하고 나온 환자는
신체적/인지적 장애나 우울 증상, 불안 증상이 생길 수 있대.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 중에 72%는 우울 증상을 호소한다고 하더라.
본격적인 이유는 치료나 약제, 질병 중증도, 그 외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보통 중환자실에서 나는 기계의 불안한 소리,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과 지인들의 ‎오열하는 소리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많더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어.
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엔 그런게 들리지 않았으니까.
가끔 이런 걸 보면,
누군가가 내 우울을 가지고 간 게 아닐까 의문이 들 때도 있어.
역시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퇴원했던 날 이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내 몸에 해를 가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거든.




지금으로써는 사실 꿈이 아니라
약에 의한 환상일 수 있었을 것 같아.
너무 생생하고 비현실적이었던 그날의 꿈을 떠올리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 할아버지처럼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슬퍼질 때도 있어.

내가 할아버지와 함께 얘기 했던 게 환상이나 꿈이라면,
할아버지도 나를 환상이나 꿈이라고 생각해주셨을까.
절망적인 현실이 아니라 행복할 다음 발자국을 위해 날 만난 거라고 생각해 주실까.
아내분은... 만나셨을까.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알 수 없고 의문을 품은 채 살아가지만
언젠간 다시 또 만날 수 있다면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이제 나에겐 그저 일종의 추억이 된 이야기지만
잘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 이유 중 하나인 일화야.

넘 두서없고 길어져서 몇가지 뺀 것들도 있는데
(원래 더 길었던걸 다시 각색해서 수정했어...ㅎ)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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