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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13:30
관리자2(adm****)



일단 

민정이와 내가 어떻게 만났는지 먼저 얘기해도 되지?
듣기 싫어할 친구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군대를 갔다가 대학을 복학했고, 

민정이는 깡촌에서 올라온 대학생 새내기 였지.
농사를 짓다 왔는지, 

구릿빛 피부에, 

굉장히 다부진 슬렌디한 라인이 매력적이긴 했어도, 

화장할줄도 모르는 낯가림 심한 그냥 시골소녀로 보였던거같아.

그에 비해 나는 초중고 전부 여기 근처여서 

거의 뭐 토박이인셈이지.
하지만 친구들은 다들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혼자 남아서 남은 졸업을 기다려야한다는건 

여간 걱정이 아니었어. 

나는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탔거든.

근데 민정이도 같은 맘이었던거지. 

우연히도 여러 강의들을 함께 들었고, 

눈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가,
내가 용기내 그녀 옆자리에 앉기 시작했을때부터 였을까.
나는 그때라고 확신하는데 

민정이는 언제 부터 내게 마음을 열었던건지 

가늠은 잘 되지 않네.

무튼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밥도 먹기 시작하고, 

카페에서 함께 공부도하고. 

점점 둘이 보는 시간이 많아 지다보니 

자연스레 연애하게 되었지.
민정이는 나를 만나 조금씩 예뻐졌던 것 같아. 

화장도 주뼛주뼛 배우고, 

선크림을 처음 발라본다는 

그녀가 난 너무 귀여웠고,
경험도 얼마없으면서 

어디서 본건많아 능숙한 섹드립, 

결혼해서 아이는 몇명 하는 이야기,
숨길수 없는 민정이의 사투리, 

장난 삼아 같은날 같이 죽자던 농담들까지도.

민정이는 권태기도 없었어, 

나와 처음 연애를 했고, 

나랑한 모든게 처음인 그녀가 

사실 만나보면서는 마이너스인 부분도 은근히 있더라고.


무조건적인 사랑. 

이게 가끔은 옥죄어 오는것같아 

싸우기도 했엇고. 

나는 아주 가끔씩 그거때문에 짜증이 났엇어. 

하지만 사랑하는건 변함 없었지.

쓸데없이 서론이 너무 길었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민정이는 헤어지잔말을 하고 죽었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병이 있던걸 

나한텐 숨겼더라고.
마지막까지 네 손을 잡아주는것도

어쩌면 내가 해야할 몫이었을 텐데

왜 넌 그런 거짓말로 날 떼내려고 했을까.
헤어진지 얼마 안되서 나는 

민정이의 죽음을 그녀의 부모님께 전해듣고, 

장례식을 갔었어.

`너도 많이 힘들텐데 와줘서 고맙다.`

라고 말씀하시며 

그녀의 어머님께서 내등을 토닥여 주셨어.
민정이의 영정사진을 보니 

그때서야 실감이 확 나더라고. 

옆에서 아직 이야기하는것같은 느낌도 드는 것 같고.

그리고 민정이 어머님은 

시골에서 무속인을 하시다가 

기가약해지셔서 그만두셨었대.
근데 전혀 그런 무서운 분위기 없이 

민정이와 함께 놀러가면 

좋은 인상으로 항상 반겨주시고 

맛있는것도 해주셨었지.
나는 처음에 많은 걱정과함께 

인사드리러 갔던건데 

친자식 처럼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었어.

장례식 인사를 드리고 나와선 

담배 한 대 구석에서 조용히 피고,

집에 돌아가려던 찰나,

민정이와 비슷한 실루엣이 내앞을 슥- 지나는거야.
어두워서 잘 보진 못했지만, 

분명히 민정이의 뒷모습을 한 여인이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더라고. 

나는 정말 혹시나,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장례식장으로 뛰어들어갔지.


장례식장입구에 도착했을때 

장례식장 내에선 민정이 어머님의 호통소리가 들리더라.

노발대발 화를 내고 계시더라고.
나는 입구에서 고개만 살짝 비추어보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가만히 듣고있었어.


"내 딸이라고 안봐줘!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


"이승의 일은

이승에서 알아서 할테니 썩 돌아가.

내딸이 원귀가 되는 꼴을 두 눈뜨고 보란말이냐?`


민정이가 왔나보다. 

어머님께 다 털어놓을 작정인거같은데, 큰일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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