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맘때 겨울쯤
크리스마스가 오기전에
나홀로 여행을 훌쩍 떠났어.
그때 대학입시 치르고 간거였으니
고3 이였겠지.
다들 알다시피
고3 수능끝나면 학교도 안가고
잉여로운 생활의 연속이지.
그래서 난 여행을
강원도쪽으로 떠날려고
마음 먹었지.
그렇게해서 버스를타고
강원도 어디에 도착했는데
큰 도시가 아니야.
지금도 강원도 가보면 알다시피
도시 좀만 벗어나도 깜깜하다.
그때는 더 깜깜했어.
겨울이라서
6시만 지나도 서울에서도 깜깜한데.
강원도는 6시쯤되니
한치 앞이 보이질 않더라.
어찌해서 걸어가니
농촌마을이 있어서
이장님에게 부탁해서
혹시 마을회관에서 자도 되냐고 물었고
이장님께서 흔쾌히 승낙해주셨어
기특하다면서.
근데 그것이
이 글을 쓸 계기가 될지 누가 알았겠어.
그렇게 6시 반쯤에
난 마을회관에 잠들었어.
시골마을이라
다들 해지니까 조용하더라.
나도 되게 빨리 잠들어서
새벽에 좀 깼어.
너무 빨리 자버리니까
잠이 안오드라.
그래서 새벽 5시였어 핸드폰보니까.
어차피
난 빨리 여행을 가야하는 입장이니
씻을려고 무거운몸 이끌고 일어나려하니
마을회관문앞에
이상한 부스슥 거리는 소리가
바로 들리더라.
핸드폰 액정 바닥으로 향하게 해서
빛 새어나가지 않게 숨죽이고 있었지.
마을회관 큰 창문앞에
누군가가 왓다갓다 하는것이
그림자 실루엣으로 보이더라.
정말 심장이 멎는줄알았어..
근데 몇번그러더니 안그러더라고.
그래서 불안해서
30분동안 가만히있었는데
이제 조용해져서
살금살금 화장실에 들어간 다음에
불키고 문닫고는 잠가버렸지.
샤워는 할 염치가 없었던 터라
양치질하면서
혀닦으면서 구역질이 나오는거야
그래서 구역질을 우-ㅇ... 할려는데
마을회관 문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내 생각은 둘중하나였어
아까 왔다갔다하는놈이 들어왔거나
아님 이장님이 들어왔거나.
아니면
아까 왔다갔다한 사람이 이장님일수도있지.
걱정되서 왔다거나..
어찌됬든 나혼자 있는 회관에
문열리는 소리가 들리니
소름이 안끼칠수가 없더라.
난 그대로 얼었고,
다시 조용해져서
컵에 물받아논걸로
입만 대충 조용하게 행구고 나갈려했어.
조용했지만 밖에
누군가가 있단 불안감에
몇분간 고민했어..
그래서 난 칫솔을 뒤로 돌려서
칫솔 솔부분 말고
막대기부분으로 돌린 다음에
혹여나 누군가 나오면
그걸로 눈을 찔른다는
과감하고 무모한 생각을 한 채 문을 열었지.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디서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나.
정말 내 생에
그렇게 지독하고 더러운냄새는
맡아본적이 없었어.
거기다가 아무도 없으니
더 무서운거야..
그래서 회관불을 후다닥 켰지.
그러니 좀 나아지더라.
그래도 겨울인지라
그 난리를 떨어도
6시 조금넘었는데 어두컴컴.
그렇게 긴장한채로
6시 반쯤 지나니
이장님이 오셔서
잘잣냐고 안부를 묻더라.
그래서 내가
좀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한숨을 쉬시면서 또 그랬구나.. 라고
혼자 중얼거리시더군.
그게 무슨소리냐고
내가 다시 되물었더니
자세히 이야기 해주시더라.
마을에
정신이 좀 이상한 70세 할아버지가 있는데
6.25전쟁 후유증으로
사람이오면 되게 긴장을하고
경계태세를 하신다고 하더군..
그게 심하면
본인이 너보다 쎄다 라는걸 보여주려고
동물을 죽여서 보여준다거나
그런 미친짓을 한대.
그래서 내가
여기 문은
그 할아버지가 어떻게 연거냐 물어봤더니
화들짝 놀라시더라.
여기 문 키를 갖고있는사람이
본인이랑 본인부인밖에 없다는거야.
그래서
어 그럼 어떻게 된거지 하며
소름이 쫙 돋았어.
그러더니
할아버지가 혹시 밖에
뭐 동물사체같은거 없었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아직 무서워서
나가보지도 못했다고 했어..
할아버지가 굳은표정으로
회관밖으로 나가셔서 살펴보시더군
혼자서 왜 아무것도없지.. 왜없지..
이러시길래
내가 왜 그러냐하니까
젋은사람들이오면
6.25때 젋은북한군들이 생각나서
그런지 동물을 죽여서
자신이 더 쎄다는걸 보여주려한대..
그게 두번정도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동물이 있을줄알고
긴장을했는데 없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그래도 다행이네요.. 휴 하면서
이제 짐을 챙기려하고있었어
안도를하고..
근데 또 갑자기
그 냄새가 올라오는거야
그 더럽고 불쾌한냄새.
그때 할아버지도 맡으셨는지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냐며
나에게 물었지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고..
그 할아버지인지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누가 여기 들어온 이후부터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지.
그래서 할아버지와 내가
어디서 나는지 찾을려했지
너무 더러운냄새였거든.
근데 그때 갑자기
경찰차가 조용하던 시골마을 의 정적을 깨며
3대가 오더라.
어 뭐지..
뭔 사건일어났나싶어
찾다말고 경찰이 어디로 향하나 해서 봤더니
어느 조그마한 집으로 향하더라.
이장님도
그걸 보시고
뭔일이 났나 싶어
다시 옷챙겨입으시곤
나가시더라.
나도 따라 나갔지
이런 더러운냄새를
맡고 싶진 않았거든
그집을가니 왠걸,
어떤 늙은 할아버지가
피에 범벅이 된 채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고 계시더라.
어라 근데
얼핏보이는 방안의 범벅된 핏물.
약간 열린 방문안에선
핏냄새가 진동하고있었어.
이장님은 어린나에게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신지
날 다시 회관으로 끌고가며 이야기하시더라
"...미안하다 어른들이.."
"...아니에요"
"...아마 저 사람일거다 오늘 회관 온 사람이.."
"....."
소름이 일순간 쫙 돋았어..
회관에 도착해서
이장님이 날 걱정해서인지
좀 앉아있으라 하시더라
나는 다시 가봐야할것같다고..
그래서 알겠다며 나는
그 더러운 냄새에 압도당한채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지.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이 냄새....
난 다시 근원지를 찾고싶어
냄새에 짓눌린 몸을 이끌고
일어나서 마루..싱크대를 뒤졌어
어디에도 없어 어디지..?
티비 뒤를 봤어
왠 여행용가방이 있는데
아마 여기서 나는 냄새같아 들어올릴려했더니
생각보다 몇 배는 더 육중해서
힘겹게 들어올렸어.
한손으로 코를 막은채
가방 지퍼를 여는데..
왠 동물 살점..?
그때 갑자기
경찰이랑 이장님이랑 마을사람들이
회관으로 뛰어오는게보였어.
그리고 난
썩은생선이 있는 검은비닐을 다루듯
아무생각없이 지퍼를 더 내렸는데
생기없는 사람머리가
데구르르 구르면서
바닥을 붉게 물들었어.
난 그 이후에 실신했어
의식을 찾은 뒤 응급실에서
그 머리가 누구것인지
들을수 있었어.
내가 정말 쎄 보였나봐. 그에겐..
그가 날 압도하기 위해
죽인건 그의 부인이였어.
그의 안부를 물어보니
결국 자살했다더군..
내가 조용하던 마을에
피바람을 불고온것같아서
집으로 바로 돌아갔고,
몇 번 자해도 했어..
정신과상담도
여러 해 걸쳐서 했고
3년전쯤에 정신과치료 마쳤어..
그러나 나는 그를 욕할수 없었어..
자신의 부인을 죽일만큼
아팠던 전쟁의 아픔을
그 누가 욕할수있겠어.
그는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일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