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던 부대가 강원도에
있는 해안 경계부대였어.
해안에 몇 킬로씩 떨어져서
소초를 세우고,
거기에 한 소대씩
들어가서,
수십 km의 해안을
대대2개가
나눠 지키는 경계부대였지.
gop의
해안버전이라고
생각하면돼.
내가 있던 소대가
맡은 지역은
오른쪽은 1km정도 해안절벽이고
왼쪽으로는 백사장이 1km정도,
백사장끝에 항포구 있는데,
거기엔 배들 보호하는
방파제도 있었지.
항포구는 당연히
민간인 지역이었지만
배타는 할아버지
밖에 볼수 없었어.
고기도 잡아서
다른항구에서
팔고 돌아오기 때문에
일반인은 커녕
고기 손질하는 할머니조차
볼수없는 조용한 항구였지.
주간엔 "첨탑근무"라고
우리가 맡은 지역에서
젤 높은곳에 있는 초소만
근무 들어가거든.
*
어느덧 때는,
내가 그거 근무하는 날이었음.
그날도 배 한척도 안나가고
바람좀 부는 날이었어.
경보는 태풍아니면 잘 안걸리니까
풍랑주의보 정도 였을거야.
방파제도 집중감시구역이라
쌍안경으로 자주 보는데 ,
거리상으론 1km지만
쌍안경으론 한
20m전방에 있는거 처럼
엄청 가깝게 보이거든.
그런데 방파제에
웬 남자한명이 들어선거야.
태풍오거나 바람 심한날은
방파제로 끊임없이 파도가
들이치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근처에 안가는데,
그날처럼
어쩌다 한 번
방파제로 파도가
들이치고 그런날이
방심을 많이해서인지
오히려 더 위험해.
외지에서 온 일반인들은
여름에 해수욕장가서
따뜻한 날씨에
바다만 봐서
바다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파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런걸 잘 모르니까
파도 별로 안높다고
방파제 들어갔다가
재수없게
가끔 들이치는 파도에
휩쓸리는일이
종종 있어.
방파제 입구에
바리케이트가 있긴있지만
흔히보는 높이 50cm정도에
딱히 경고문구도 없어.
또, 긴장감이라고는
전혀없는 삼각형으로된 철봉
바리케이트 알지?
그거 하나 있는데
사람 못들어가게
통제하는 효과는 전혀 없지.
항포구에 있는
"해양출장소"가
관리감독하는데
군대에선 터치할수 없거니와
뻥뚤린 방파제에 철책치고
자물쇠 채워서 못들어가게
할수도 없는노릇이라
그냥 놔두는 모양이더라.
어쨋든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여서 상황실에 보고 했지.
"방파제로 민간인 들어갔는데
위험해보인다"고.
"근무서면서
파도 몇번 들이치는거 봤는데
또 언제 들이칠지 모르니까
빨리 출장소에 연락하라"고.
참고로 항포구는 민간인 지역이라
군인이 통제 못해서 경찰이
해야되거든.
내가 상황실 연락한지,
"3분~4분" 지나서야
경찰들이 나오는게 보이더라.
상황실에서 바로 출장소 직통으로
연결되니까 한 30초 뒤쯤엔
나올줄 알았는데 말이지.
전화받고 나오는데 뭔 시간이
그리 걸리는지
난 대한민국 공무원 욕하면서
쌍안경으로 계속 보고있었어.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한게
말이야.
그 잠깐 사이에 드는 생각이
이대로 저사람이 방파제를
무사히 빠져나오면
아무일도 없이
그냥 잘된 일이지만
근데, 만약
저사람이 파도에 휩쓸려서
실종이 되면 사건이 되고
당연히 상급부대로도
보고가 갈거니까
그럼 근무자였던
내가 못봤으면 내 잘못이
될수도 있었겠지만,
사고당하기 전에 미리 발견해서
보고한건 포상감이 확실하다고
생각이 드는거야.
그런데
마침 경찰이 방파제 입구까지
방파제 도착해서
남자를 부르면서
손짓하는 장면보고
`에이 그러면 그렇지`하고
경찰왔다고 보고하려고
쌍안경을 내릴려고 하는 찰나!
정말
영화처럼 방파제 위로 파도가
5미터(사람 키 두세배)정도
솟구쳐 오르더니
그대로 파도와 함께
휙~하고 남자가
사라진거야.
한동안 벙쪄있다가
사람이 저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100%죽었다고 생각한게
방파제 앞뒤로 트라이포트라고
엄청큰 콘크리트 덩어리들
쌓아놓는데 분명히
거기 부딛혔을거 같았거든.
정신차리고 상황실에
아까 그남자 파도에 휩쓸려서
실족했다고 보고했지.
조금 있다가 교대조 보내줄테니까
근무철수 하고
상황보고 하라고 해서
그뒤에 상황은 못봤는데
예상대로 남자는 바로 발견
못하고 실종 됐다고 하더라.
그날 중대장이랑 대대 들어가서
간부들한테 설명하고 좀있으니까
경찰에서도 와서 진술받고
일단 대대에 대기하라고 해서
몇일동안 땡보로(편하게) 지냈지.
그사이에 가족들도 경찰에서
얘길들었는지, 근무자를
보러왔다는거 같은데 대대에서
막아줬는지 난 만나지는 못했어.
나중에 대대장 면담도 했는데
사람이 죽는걸 봤는데 괜찮느냐,
어떻게 보고했냐 상황도 물어보고해서
당시에 놀랐어도 지금은 괜찮고
상황도 설명했더니,
"침착하게
잘했다고 간첩이 나타나도
그렇게 보고 잘할수 있겠냐"고
하길래 당연히 잘 하겠다고
그랬던거 같다.
그리고 9박 10일 포상.
그뒤로 우리대대는 한 일주일동안
FM(철통)근무의 열기에 휩싸였다.
시체가 해안에 떠밀려오거나
바다위로 떠오를 확률이 높으니까..
그리고 대대장은 "가만히 있는
시체도 발견 못하면서
어떻게 간첩을 잡겠느냐"
면서,
"만약 자기 감시구역에서
시체나왔는데
군인 대신
민간인이나 어부가 발견하면
죽을줄 알라"고 하셨어.
결국 10일정도 뒤에 어부가
발견해서 신고했는데
실종지역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곳에서
발견됐더라.
해안에서
1km정도 떨어진 바위섬
뒤쪽이라 군이랑 관련없이
그 사건은 그렇게 어물쩡 넘어갔어.
그리고 그때 시체 발견한
어부 아들이 상근이었는데
상근들끼리는 동네 형 동생들이라
걔네들끼리는 다 얘기하는 사이고
부대안에 갇혀있던
우리소대 현역들도 상근한테
그 소식을 들을수 있었지.
*
시체를 발견했던 어부가 그
바위섬을 멀리서 지나가는데
검은색 바위 위로 하얀게
올라와 있는게 보이더라는거야.
바위섬은 당연히 암초라
근처로 배가 가지 않는데다가
어두운 색의 옷에
미역같은 해조류도
감겨있었나봐.
처음엔 그 어부도
시체인지 못알아보고
근처를 몇일이나 지나다녔다는데
어제는 없던 하얀물체가
바위에 보이니까
다가가서 봤는데
사람처럼보이는 물체가 있더란거야.
머리랑 오른쪽 어깨부터
팔 허리 엉덩이까지
사라져서 없었고
왼쪽팔이랑 가슴윗부분만
옷에 감겨서
고기들이 못뜯어먹었다는데
옷밖으로 드러난 부분은 따개비랑
조개 고동같은거로 덮여 있었대..
*
너네도 파도 별로 안높다고
흐리고 바람부는날 해안가
함부로 가지마라.
백사장은 상관없는데
방파제나 바위절벽같이
낚시하기 좋은 그런곳은
정말로 위험하다.
나도 제대한지 몇년이 지났는데
비오거나 바람많이 부는 날이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기억인데도
잊혀지지가 않고 자꾸 떠오른다.
쌍안경 속
방파제에 서있던
남자가 파도와함께 사라지는
장면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