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방을 구하러
다녔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저렴한 방을 찾던 중,
중계소에서
"보증금100에 월세 10만원"에
해주겠다며 어떤 방을 보여줬다.
원래는 15만원이었는데 잘
나가지 않아서 10만원에
해주는 거라고 했다.
`잘때 불편하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하고 바로 계약했다.
집주인분도 괜찮은분 같았다.
그런데 몇일 전 가구의 배치를
바꾼 후 부터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이랬다.
꿈 속에서,
나는
자던 모습 그대로
방안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몸이 위로 떠올랐다.
근데 그 방에는 나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옆에 모르는 아저씨 한명도
같이 떠올랐다.
그 아저씨는 떠오르는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꿈에서 깨면
꿈이 끝나지 않고
정면의 천장에서
옆에 있었던 그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는데 얼굴에서
물방울이 똑똑 하고 떨어진다.
처음에는
`그저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매일 똑같은 꿈을
꾸고 꿈에서 깨면
항상 아저씨가
천장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게다가 집에 고양이도 키우는데
전에는 얌전했던 녀석이
가구 배치를
새로하고 난 후 부터는
내가 잘때마다
아주 심하게 하악질을 한다.
그리고 일을 가거나 잠깐
나가려고 하면 발톱을 세워서
못가게 막았다.
하루는 우리집에 친구가 놀러온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가
"야, 니네집 이상해.
꼭 목욕탕에
들어가서
목만 빼놓고 숨쉬는거
같아 답답해."
라고 말하였다.
그 친구는 자고 간게 아니라서
가위를 눌리거나 한건 아니었는데
기분이 나빠져서 곧 집에서
나와버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어느 날.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우리집 냥이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냥이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다.
그러자 한쪽에서
`야옹..`
이라며 힘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은 서랍 안이었다.
깜짝 놀라 서랍을 열어 냥이를
꺼내주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길래
걱정되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고양이가 아주 크게 놀랬네요.
진정제를 줘야겠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냥이를 병원에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닫혀있는 서랍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는
데다가, 서랍안은 냥이가
하도 긁어대서 나무가 벗겨졌고
그 안에서 냥이의 발톱도
발견됐다.
그렇다고 다시 가구의 위치를
되돌리자니 이미 몇몇 가구는
버린 상태라 힘들었다.
게다가 가구의 위치를
바꾼 후 부터는
이상하게 벽에
곰팡이가 쓸기 시작했다.
집에 습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 하겠지만,
가구를 새로 배치하고
이틀만에 곰팡이가 쓴대다가
최근에는
비도 오지않고 해도 쨍쨍한
날씨였다.
혹시나 해서 방바닥의 장판도
들어내보았다.
이상하게도 방바닥은 멀쩡
했다.
자세히 보니 벽도 딱 두군데만
곰팡이가 쓸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냥이가 갇혀 있던
서랍 뒤쪽 벽이었다.
나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과
상담하기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집의 구조와 벽에
쓴 곰팡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쨍그랑!`
하며 벽에 걸려있던
거울이 두동강 났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후
냥이도 없는 방에 혼자 있는게
두려워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하는 동안 갑자기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곧 쓰러졌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그리고 옆에는 부모님이 계셨다.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어머니는 아들이 전화를 해놓고는
아무말도 없자 걱정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우리집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나를
발견 하셨다고 했다.
부모님은 나를 안고 병원으로
가셨고 내가 정신을 차린건
밤 아홉시 쯤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랑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겪었던 이야기와 집이
이렇게 된걸 설명해드렸더니
어머니가 방안을 찬찬히
살펴보시고는
`왜 잘 때
머리 방향을
화장실 쪽으로 향하게
하고 자냐`고 호통치셨다.
그리고는 집주인에게
이 방에대해
물어보러 가셨다.
나는 또 혼자 있기 싫어
친구를 불렀다.
친구는 잠깐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그 사이에 왠지 냥이가 갇혀
있던 서랍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집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사진에는 서랍옆에 놓아두었던
행거 밑 조그마한 틈 사이에
사람의 손이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없는 좁은 틈 사이였다.
그리고 행거 뒤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중에 어머니가 집주인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말씀해주셨다.
정말 충격적인 내용 이었다.
전에 이 집에
치매인 아버지와
아들이 살았는데
아들은 일하러 갈때마다 밖에서
문을 잠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무슨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물이 밖으로 빠지지 않고
역류해서
방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결국 그 아버지는 방안에
물이 차서
`익사`하고 말았다.
그 후에 집주인이 방 한구석에
펌프를 설치해서 물이 차면
바깥으로 빠지게
해뒀다고 한다.
참고로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냥이가 갇혔던 서랍
위치에는 큰 장농이 하나
있었다.
그대로 쓰려고 했는데
옷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는
바람에 결국 버리고 말았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그 장농을 버린것 때문에
귀신이 나타게 되었던 것 같다.
*
이건 제 생각인데.
장농을 버려서
귀신이 나타난 이유는
일단 방안에 물이
차오르면 높은 곳으로 가려고
할거 아니에요?
그때 그 아저씨는
그 장농에 올라가
있었던게 아니었을까요.
결국 익사하긴 했지만 죽은
뒤에도 계속 장농에 올라가
계셨던거에요.
근데 그 장농을 치우면서
아저씨는 물이 차있었던 바닥에
내려오시게 된거고
자신이 피신해 있던
피난처를 치워버린 주인공을
미워하게 된게 아닐까요.
게다가 치매였었다고 하니까.
자신이 죽은줄도 잘 모르고
죽은 뒤에도
`방안에 물이 차있으니까
피해야겠다` 하고
장농위에 피해있으셨던게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