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향은 진도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낚시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데,
그 때문에 여름 방학 때마다
저희 가족은 할머니가 계시는
진도로 가야 했습니다.
때는 여름이었습니다.
그 해 여름도 진도로 내려갔는데,
마침 큰아버지도 오셨었습니다.
아버지께선 낚시를 같이 할
사람이 생겨서 무척이나 기뻐하셨고,
두 분이서 매일같이 바다로
가서 낚시를 하셨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그 날도 아버지께선 점심을
먹고 큰아버지와 낚시도구를
챙겨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할머니께선 아버지를 못 나가게
하셨습니다.
"애비야,
오늘따라 느낌이
안 좋다.
불길하니 가지마라."
허나 낚시하는 재미에 계속
빠지신 아버지께선 아랑곳하지
않으셨고, 큰아버지와
함께 바다로 나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선 며칠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하시다보니 조금
질리셨는지, 더 좋은
자리를 찾겠다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처음 가보는 자갈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았습니다.
![img.jpg](https://blog.kakaocdn.net/dn/zcARL/btsAYGj8mgr/Sbwwzpd5F14MflfDxmKXm1/img.jpg)
그런데도 계속 걸어가는데
발길에 차이는 소리치곤
너무 큰
"잘그락 잘그락"
하는 소리가
아버지와 큰아버지
뒤에서 계속 났습니다.
비 오는 날이라 자갈밭에는
두 분 외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원체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셨던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계속
자리를 찾아 자갈밭을 가로질러
걸어갔습니다.
그러다가 꽤 좋은 낚시터를
발견하신 두 분은 바로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월척이
많이 잡혔고,
신이 난 두 분은
계속 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고기를 담아놓은 커다란
깡통이 계속 뒤집어지면서
그 안의 고기가 자꾸 쏟아졌습니다.
큰아버지께서 깡통 위에 커다란
돌을 올려놓았는데도 계속
쏟아졌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날은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큰아버지께선 아버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아버지께는
고집을 부리시며 계속 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큰아버지는 극단의 선택으로
미끼통을 바다에 힘껏 던져버리셨습니다.
그때-
바다의 저쪽, 멀리 떨어진
곳에서 뭔가 검은 것이 둥둥
떠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하고 애기가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혼비백산한 두 분은 낚싯대고
뭐고 다 집어던지시고
집으로 줄행랑쳐 돌아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집에 도착하자 가족들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해주셨는데,
문득 할머니께서 아침에 만류하시던
게 생각났습니다.
이윽고 할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몇년 전쯤, 마을에 죽은
해녀가 해류를 타고 떠내려
왔다고 합니다.
(진도는 제주도와 그리 멀지
않습니다.)
![img.jpg](https://blog.kakaocdn.net/dn/bvOhAB/btsASFUydkZ/6nTWlh3CbfgZJIOTdG5F8K/img.jpg)
당시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죽은 해녀의 한쪽다리를 잘라다가
잘게 갈아 깡통에 넣어 부적을
만들면 액운을 막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닷물에 퉁퉁 불어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를
당시 마을사람 다섯 분이서
잘라 부적으로 만들었고,
네 분은 몸에 지니고,
한 분은 자기 집 대문 앞에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몸에 지녔던 네 명은 죽어있고,
대문 앞에 놓아둔 한 명은
미쳐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불길하게 여긴 마을사람들은
당장 다리 잘린 해녀의 시체를
바다에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몇년 후-
한 낚시꾼이 해녀를 버린
곳에서 실종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애애애-"
하고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렸습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갔었던
자갈밭 앞 바다가 그 해녀를
버린 곳이었다고 합니다.
무섭기보단 이를 측은히 여기신
아버지는, 목발 하나를 가져다가
그 자갈밭으로
다시 가서 불태웠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목발을 태울 때 나는
연기가 계속 아버지를 쫓아왔습니다.
이리 피해도 따라오고, 저리
피해도 따라오고.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다가
바다 쪽으로 다 탈 때까지
계속 흘러갔고,
그 뒤로는 그런 실종사고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img.jpg](https://blog.kakaocdn.net/dn/bWnDgb/btsATjQ8zz8/vHTuOFQaIu04N1d3wMDkm1/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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