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한국
할머니와 우산 (괴담, 슬픔)
2023.12.05 23:45
관리자2(adm****)
어느 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렇게 두 분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치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는 주의사항을
적은 메모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냉장고는 닫습니다."
"전기는 끕시다."
"화장실은 ←"
등등.
할머니를 걱정한 할아버지가
적어둔 것이다.
할아버지는 항상 함께 있었지만,
가끔씩 구청이나 병원에 약을
받으러 가야했다.
할머니와 함께 가면 제 시간에
갈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혼자 가야했다.
혼자 있는 할머니가
걱정이었지만,
"밖에 나오지 말 것."
이라고 현관에 써두면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구청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
물론
"밖에 나오지 말 것."
이라고 붙여 두었다.
구청에서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라 우산을 준비해두지
않았다.
그런데 구청 앞에 할머니가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깜짝 놀라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할머니는 비가 와서 마중
나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혼자서 구청까지
올 수 없었던 할머니의 상태가
호전된 것 같아 기뻤다.
싱긍벙글 오랜만에
기분 좋아진 것도 잠시.
옆을 보니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다.
눈을 씻고 다시 두리번거려도
할머니는 어디에도
없었다.
불안한 생각이 들어 급히
집 앞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가 집 앞에서 본 건
할머니가 구급차에 옮겨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너무 슬펐다.
지금까지 메모를 남기면 지켰는데,
왜 집에서 나왔을까.
할아버지도 몇 달 후 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할머니의 우산과 함께 묘에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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