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 선곡했어요.>
한 5년정도 전에 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당시 중3이었던 저는 예고 진학을 목표로 목동까지 레슨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봉천동인데, (서울대입구역 근처요^^;;)
저희 외숙모께서 성악과 출신에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이셨거든요.
그래서 목동에 있는 외숙모댁으로 레슨을 받으러 다녔답니다.
보통은 외숙모의 일이 끝나는 5시~6시 쯤 레슨을 시작해서 9시 이전에는 집에 왔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레슨이 끝나고 외숙모가 급히 외출하실 일이 생겨서 집과 사촌동생을
잠깐 저한테 맡기고 나가셨답니다. (사촌동생이 유치원생이었거든요^^;;)
외숙모가 생각보다 늦게 오셔서 거의 9시 반이 넘어서야 제가 집을 나서게 됐어요.
외숙모댁은 당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좀더 들어간 아파트여서,
저는 항상 버스로 당산역에 와서 서울대입구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곤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당산역에 도착해서 개찰구를 지나 위로 올라가니(당산역의 승차장은 지상에 있습니다.) 이쪽 저쪽을 통틀어 사람이라곤 저 밖에 없더군요.
당시 시간은 10시 정도..
저는 우선 역 안에 있는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걸어서 엄마한테 여차저차해서
지금 당산역이다 라고 얘길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역 안에 있는 의자(꼭 벤치처럼 새겼어요)에 앉아 워크맨을 귀에꼽고
읽던 책을 꺼내 무릎위에 펴서 읽고 있었습니다. 열차가 오길 기다리면서 말이죠.
꽤 시간이 지난 듯 싶었는데 열차는 커녕 사람하나 안지나가더군요.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평일 밤이라 사람이 없나.. 하고 말았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제가 앉은 의자에서 좀 떨어진 쪽 계단에서 한 여자가 올라오는게 얼핏 보이더군요.
검은색의 약간 타이트한 바지정장에 검붉은색 중간크기 쇼핑백을 하나 든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였습니다.
거진 허리까지 오는 까맣고 긴 머리는 목 뒤에서 커다란 핀 같은걸로 단정하게 고정시켰구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아무 생각없이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는데
그 여자가 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속으로 `딴 의자도 텅텅 비었는데 왜 하필 일루 오냐 ㅡ.ㅡ` 하면서 궁시렁궁시렁 했죠. ㅡㅡ;;
어쨌거나 그 여자가 같은 의자에 앉는 걸 느끼면서 계속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순간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는데...
그 여자가 제 바로 옆에 앉아서 고개를 제쪽으로 완전히 돌리고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 눈이라니...
왜 다들 아시죠. 쌍커풀이 없으면서 크고 매섭게 생긴 눈...
그런 눈으로 제 얼굴에서 10센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노려보고 있는겁니다.
글쎄요.. 그냥 사람이 그랬다면, 뭐 이런 미친여자가 다 있나 하고 일어서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을 수도 있었겠지요.
분명히 여자는 외관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리가 없다거나, 살아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외상이 있다던가.. 뭐 그런거 말이죠.
하지만.. 정말 말로는 잘 표현 못하겠지만, 몸이 느낍니다. 오한이 난다고 해야할까요..
비명조차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라고 몸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소름...
뱀 앞에서 빳빳이 굳는 개구리가 된 듯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그렇게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노려보았고
그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때의 심정이란...
그때, 여자가 올라왔던 출구에서 한 남자가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
약간 둥글둥글한 체격에 흰색 남방에 청바지, 그리고 한 손에 가죽 서류가방을 낀 남자였는데,
그 남자는 승강장으로 올라와서 두리번 거리더니 제 쪽으로 똑바로 다가와서
저한테 말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저.. 신림가려면 여기서 타는거 맞죠?`
저는 `네` 라고 재빨리 대답하고 벌떡 일어나 줄을 서는 곳으로 걸어가는 그 남자를 쫓아가
바로 옆 줄서는 곳에 섰습니다. 정말.. 그 남자가 구세주 같아 보이더군요 ㅠㅜ
그런데 제가 거기에 서는걸 보자 그 여자가 일어나더니 또 다시 제 옆으로 와서 바짝 얼굴을 대고
또 노려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죠.
이 남자라도 없었으면 벌써 진작에 쓰러졌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더욱 이상한건 그 남자 눈에는 이 여자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옆에서 바짝 얼굴을 대고 말 한마디 없이 노려보고 있는 광경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겠지만, 그 남자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웠거든요.
`열차가 되게 안오네요^^` 하면서 중간에 저한테 말을 걸기까지 했답니다.
그렇게 있는데 드디어 열차가 왔습니다. 하지만 신도림까지 밖에 안가는 열차라 저나
그 남자는 타지 않는 차였지만, 저는 그런걸 가릴때가 아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차가 도착해서 문이 열렸고 차를 타기 위해 한쪽 발을 차 안으로 내 딛는데
그 여자 역시 차를 타려는 듯 안으로 한걸음 내 딛더군요.
그래서 전 속으로 `그래 잘 됐다. 제발 이거 타고 넌 가라ㅠㅜ`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얼른 발을 뺐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 역시 다시 발을 빼고 제 옆에 서는게 아니겠습니까..
물론 시선은 계속 제게 고정시킨채 말이죠ㅠㅜ
그러고 나서 또 다시 셋이 어색(?)하게 서있는데,
사당이나 잠실방면으로 가실분은 건너편 승강장에서 타라는 역장의 안내방송이 들리더군요.
그러자 그 남자가 `여기가 아닌가보네요^^` 하더니 몸을 돌려 출구 계단으로 걸어가는데,
순간 제 머리속에는 저 남자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생각밖에는 안들더군요.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미친듯이 뛰어본적은 처음일 겁니다.
다행히 여자는 쫓아오지 않는 것 같았고,
계단을 두 세개씩 뛰어올라 건너편 승강장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을때는
마침 집으로 가는 열차가 도착해있었습니다.
열차에 뛰어 올라가 창문으로 건너편 승강장을 보니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죽어라 뛰어서 차에 올라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20초남짓.
제가 계단을 다 내려갈때까지 분명히 쫓아오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사람이라면
제가 창문으로 봤을때 내려가는 뒷모습이라도 보였어야 맞지 않습니까..
정말 머리카락이 쭈뼛 서더군요..
전 그 뒤로 레슨도 그만 두고 그 근처에 아예 가지를 않았답니다.
지금은 학교가 이대라서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긴 하지만,
한번도 당산 역에서 내려본 적은 없어요 ㅡㅡ;;;
댓글들중에 흥미로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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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학생이 서서 노래듣고있는대 바로옆에 어떤 창백한 여자가 서있다가
열차들어올 떄 갑자기 확뛰어가더니 열차지나가고나서 없더라
라는걸 들은적이있던거같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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