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 서울역의 노숙자
홀애비 냄새가 가득한 방구석 현석은 일주일 째 씻지도 않고 술나발만 불고있다. 그의 얼굴은 이미 서울역 거지 꼴을 하고 있고 쿱쿱한 냄새만이 그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렸다.
"여보..."
* 미희
그는 일주일 전, 경찰서에 갔다. 이유는 영원을 약속한 미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희는 다정한 여자였다.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였지만 작은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은 꼭 다람쥐를 닮아 사랑스러웠다.
미희와 현석은 사년을 연애했다. 현석의 연달은 사업 실패에도 그들의 사랑은 굴하지 않았다. 십억이라는 막대한 부채에 미희는 웃으며, `아이 없이 둘이 열심히 살아보자.`라고 말했다.
그때 현석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시는 사업하지 않고 착실하게 살게, 앞으로 너만을 위해 내 삶을 바칠게. 고맙고, 고맙다."
라고 대답했다. 조그마한 실반지를 둘이서 나눠끼고 결혼식은 교회 목사님에게 부탁해 셋이서 단촐하게 진행이 되었다. 보잘 것 없고 사람들이 손가락 질 하는 그들의 결혼 하지만, 그들은 행복했다.
세상 모든 존재가 나를 미워해도 내 등뒤에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내 편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그 내 편이 무덤까지 같이 함께 할 것이라는 신뢰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은 충분했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이라는 것이 사랑만으로는 해결 되지 않는 법, 사랑이 마음의 곳간을 채워 줄 순 있어도 당장 울어대는 위장은 채워주지 못했다.
"마지막이야."
"안돼, 너 나랑 결혼 할 때 약속했잖아."
"언제까지 이렇게 살건데? 어? 평생 이렇게 살거냐고.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냐."
"그래 뭐라도 해야지, 근데 왜 또 사업이냐고, 착실하게 모을수도 있잖아."
"착실하게 노가다 하다간 너랑 나랑 지금 길바닥에 앉을 기세라고!!"
"무슨 돈으로 사업을 할껀데!!"
좁은 원룸 안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높아진 언성은 낮아질 줄 몰랐고, 그들의 목소리 크기 만큼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화가난 현석은 미희가 아끼던 꽃병을 집어 던졌다. 미희는 물러서지 않고 현석의 재떨이를 창문에다가 내다 꽂았다.
그들의 고성과 함께 물건들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결국 현석은 힘으로 미희를 밀어 붙이고 눈탱이가 밤탱이가 될 때 까지 때렸다.
그렇게, 그들의 신혼은 극으로 치달았다.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
일주일, 친정이 없는 미희가 친구들의 집에 신세를 지며 가출한 기간, 그녀가 돌아오자 현석은 싹싹 빌었다. 미희는 그 날 이후 일주일이나 더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와 꽃다발을 사온 현석의 우는 얼굴에 `마지막`이라며 자신을 속이고 그를 용서했다.
현석은 집안일과 바깥일을 도맡아 하며 한 달간 다정한 남편 흉내를 냈다. 그 모습에 미희는 풀어졌다. 그렇게 폭풍이 몰아친지 두달이 지나자. 현석은 사장이 되었다.
"확실한거야. 나만 믿어."
"난 잘 모르겠어."
"지금 사업 나랑 진짜 잘아는 형이랑 하는 거야, 나 못믿어?"
현석은 해병대 시절 자신의 선임이였던 상혁과 동업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바지사장`이였다. 사기 전과가 있는 상혁은 사업체를 운영하지 못하니 이름을 빌려달라는 것이였다.
그리고 배신하지 않겠다는 댓가로 현석은 오천 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았다. 미희는 찜찜하긴 했지만, 오천 만원이라는 돈에 현혹이 되었다.
그들은 다시금 행복해졌다. 사장이 된 현석은 매달 천만원씩 받아챙겼고, 미희는 숨통이 트였다. 그러기를 반년, 미희의 이름으로 상혁은 대출을 요구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오억원 가량이 필요한데, 현석은 이미 신용 불량이고 상혁은 사기 전과가 있으니 힘들고, 돈을 빌려주면 이자 일억까지 쳐서 삼 개월안에 갚겠다는 것이다.
"싫어. 내가 왜?"
"왜 싫어? 사업도 잘되가고 있잖아!"
싫다는 미희와 해야된다는 현석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또 다시 고성과 함께 물건들이 박살 났다. 이번에 현석은 미희를 두들겨 패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대부업체 지장까지 찍어버렸다.
"미안해...미희야"
옛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오자, 현석은 대가리를 벽에 박았다. 그렇게 강제로 미희의 이름에 돈을 빌린 첫 달, 상혁은 잠수를 탔다.
바지 사장으로 앉아있던 사업체는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미희의 이름으로 빌린 돈은 조폭들의 돈이였다. 휴대폰과 집전화는 이미 전원을 꺼버린지 오래였다.
둘 은 더 이상 싸울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각방을 쓰며, 아등바등 살기를 네 달, 이자 조차 갚지 않는 간 큰 채무자의 얼굴을 확인하러 건달들이 집 앞 까지 오는 사태가 되어 버렸다.
그 날 집은 박살이 났다. 덩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왔다. 그러곤 그들이 집에 나갈 때 마다 따라붙었다. 미희는 자신의 명의로 빌린 돈을 한푼도 써보지 못한 채 외간 남자들의 불쾌한 시선에 부들부들 떨었다.
조폭 무리 중 중간 보스 급인 두치라는 놈은 은근슬쩍 미희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가슴을 만지는 일이 잦아졌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여자 취향은 로리타 쪽이여서, 조그마한 미희가 마음에 들었다.
"미희씨, 차 한잔 내와봐"
쇼파위에 거만하게 앉은 두치는 남편을 곤죽으로 만들어 놓고 거들먹거렸다. 그 앞의 현석은 얼굴이 시뻘개진채로 빤스 바람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미희는 아무것도 없는 찬장을 뒤져 커피믹스를 탔다. 커피를 집어들고 두치는 미희를 강제로 자신의 다리위에 앉혔다.
"왜 이러세요!"
"좋아서 그러지!"
두치는 미희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현석은 고개를 처박고 아무 말이 없었다. 두치의 손은 미희의 허벅지 사이로 옮겼다. 미희는 분한 마음에 울었다. 하지만, 그의 손을 뿌리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성추행과 성폭행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조폭들이 신혼집 담을 넘어다니길 세 달, 이렇게 괴롭혀도 돈 나올 구멍이없다는 판단이 선 조폭들은 오밤 중에 미희를 끌고갔다.
"어이, 도장 찍어."
미희의 신체 포기 각서와 오억에서 육억으로 불어 난 빚을 없는 것으로 해주겠다는 내용과 그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현석에게 들이 밀었다.
"갚을 수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미희는 잠옷 바람으로 그들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울었다. 현석은 온몸을 떨었다. 떨고 있는 현석 앞에 날이 시퍼런 칼을 들이민 것은 두치였다.
"돈 갚을 수 있어? 여섯달 이내로 못갚으면 부부가 쌍으로 해체 될 줄 알아."
섬뜩한 두치의 인광에 현석은 한 없이 작아졌다. 미희를 두들겨 팰 때의 괴력은 온데간데 없다. 그는 두치의 눈빛에 눌려 미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지장을 찍었다.
"다...당신.."
미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각서를 받아 든 두치은 슬며시 웃었다. 미희는 오분 정도 주저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곤 아무 말 없이 여행가방에 자신의 짐을 쌌다. 그리곤 조폭들을 따라 그녀는 사라졌다.
폭풍이 몰아친 밤, 삼일 정도 지나 그는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냈다. 언제 사라졌는지 묻는 경찰들에게 `모르겠다. 삼일전 부터 안들어온다.`라며 딴청을 피웠다. 귀찮았던 경찰들은 미희를 단순 가출처리를 시켰다.
그리고 오늘 현석은 발신자 불명의 편지를 받았다.
`형이 미안했다. 형도 먹고 살아야 되서 그랬다. 제수씨 한테 죄송하다고 전해라.` 현석은 술병을 집어던지고 허공에 욕설을 퍼 부었다.
"이런 신발!!!!!"
현석은 욕심에 눈이 멀어,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 사람의 손을 잡고 자신을 믿어준 아내를 사창가에 팔았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조각조각 고깃덩이가 되어 전국 팔도로 팔려갈지도 모른다.
* 실종
그럼에도 현석은, 주변 사람들이 아내에 대해 물을 때
"실종 되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도와주세요."
라고 말했다. 왜냐면 그는 능력없고 아내한테만 강한 쓰레기이며, 사회에선 철저한 약자였기 때문이였다. 그는 조폭에게 맞설 용기도 돈을 벌 의지도 없기에 `실종된 아내 미희`를 방구석에서만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