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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4 21:56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어머니는 동창모임에 가시고, 아버지와 단둘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집에서 나른한 늦저녁을 보내던 도중, 아버지께서 갑자기 자신은 인신매매를 당할뻔 한 적이 있다며, 말문을 트셨습니다.

당시 고1이었던 저는, 무사고정신을 이어가며 살아오시던 아버지를 17년동안 옆에서 봐온 바로써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대목이었으나 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너 아빠가 항상 말했지,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이유없는 호의를 베푸는 천사같은 사람은 더더욱 존재하기 쉽지 않다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 조심해야하고 기억나지?"

"어, 기억은 나는데 아빠가 무슨 인신매매? 나 태어나고 나서 일어난 일이야?"

"아니, 니 엄마랑 결혼도 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때 당시에 내가 한창 사귀던 여자친구랑 아벨라를 몰고 대전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었어."

전 이 이야기를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상상하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어 나갔습니다.

"그때도 3박4일동안 여행을 마치고,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어."

너무 늦은 귀가탓에 주행하는 차 몇 없는 고속도로를 바라보며, 아버지와 당시 여자친구 분은 로맨틱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떠있을 동안에 너무 놀아댄 탓일까 아버지는 운전간에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셨답니다.

결국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채, 찾아내는 대로 주변 휴게소에 들러 쉬어가기로 결정하였고,

휴게소를 발견한 뒤, 인적드문 주차장에 차를 정차해 놓고 체어를 뒤로 젖힌채 30분정도 잠을 청하셨는데, 숙면을 취하던 도중,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왔답니다.

결국 조수석에서 함께 잠에 빠져들어 있던 여자친구를 뒤로하고, 아버지는 휴게소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셨다고 합니다.

화장실로 달려가며 봤던 당시에 풍경에 대해서 아버지는 설명해 주셨는데, 드문 인적은 둘째 치고, 정말 의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일반 승용차 혹은 택시나 그 무언가의 차량 조차도 없었고,

아버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 가까이에, 서너대의 대형트럭만이 줄줄이 정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억지로 잠을 참아가며, 볼일을 마친 아버지는 음침한 휴게소를 보고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며 차로 돌아가려 하셨답니다.

그런데 그때, 웬 깡마른 남자 고등학생 한명이 아버지의 앞을 막아서더랍니다.

엥? 개미한마리도 안 보이던 휴게소에 웬 학생이? 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하더군요.

정황상 보니 혹시 가출해서 도망쳐 나온, 머물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출청소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솟구쳐 오르면서

잘못 엮였다간 내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단순히 피해가려고 생각하셨는데

이 학생이 입을 열더랍니다.

"저기 형, 저희 삼촌이 냉동식품 운반사업 하시는 사람인데, 재고가 남아서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거든요? 근데 마침 형이 이쪽 휴게소 방문하시길래, 저희 삼촌이 본전만 뽑아주셔도 좋으니까 닭도리 세트 한팩이라도 좀 사달래요."

"형이 지금 돈이 없는데 어떡하지? 다음에 기회되면 너희 가게 직접 찾아가서 구매할게"

"형 저희 정말 팔아먹으려고 말장난 하는게 아니라, 남는 제품들이 아까워서 그래요, 아까워서. 밥값 정도만 주셔도 좋으니까, 제발 한팩만이라도 사 주세요. 네?"

그 어느 누가 듣더라도 충분히 혹할 수 있는 멘트였으나, 아버지는 차에서 기다리는 여자친구도 있고, 상황도 여의치 않으니 적당히 돌려보내려는 심정으로,

"아, 저기 미안한데, 형이 지금 여자친구랑 같이 와있어서, 빨리 돌아가 봐야 하거든? 너희 가게 상호명이라도 알려주면 형이 나중에 찾아갈게 어?"

라며 학생을 설득하셨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끝마친 순간, 학생의 눈빛이 돌연 변하더랍니다.

"여자친구랑 같이왔어요?"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그 학생의 뒷켠에 지고 있는 손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 학생이 뒷쪽에 지고 있는 손으로 무언가 싸인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야이 씨발새끼야! 너 지금 뭐하는거야? 어?"

저희 아버지는 현재 오십을 바라보는 연세이심에도 동네 운동하는 청년들은 가뿐히 넘어설 정도의 체력과 몸을 가지고 계십니다.

당시엔 나이도 젊고, 체격도 좋은데다가, 평소 꾸준히 운동까지 하시던 시절이었으니, 고등학생이 판단을 돌린것도 어느정도 저로써는 어느정도 이해가 가더군요.

그러자 학생이 표정에 웃음기를 띄운채 필사적으로 아버지를 막아서며

"형 내가 어렸을때 부터 손가락 신경계쪽에 장애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떨린거야. 형 안살거면 나 그냥 갈게. 진짜 오해하지 말아줘. 일크게 만들지도 말고. 그냥 장사치일 뿐인데. 괜히 쉬다 가려는데 방해한거 같아서 미안해. 나 정말 그냥 트럭으로 돌아갈게"

라며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성적으로 판단해 봤을때는, 이 학생이 던진 말들이 감언이설이 맞거나 행여 아니더라도 당장 여자친구의 안위를 살피러 차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인데,

당시 상황과 분위기에 묘하게 압도되었던 탓인지 아버지는 학생의 말에 설득당하여 휴게소 화장실 맞은편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차량을 정차해놓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는

"야, 아들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때, 내가 손가락 제스쳐에 대해서라 던지 그 어떠한 것도 묻지를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자기 손을 보고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걸 알아챘을까."

라며 후회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습니다.

담배를 다 태워갈때쯤, 아버지는 그제서야 차문을 잠궈놓지 않고 소변을 보러 온 것이 떠오르셨고, 급히 여자친구가 있는 차량으로 달려가셨다고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걱정을 가득안은채, 아버지는 그렇게 차에 도착하셨고,

차량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에 여자친구가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을 하며 차문을 열고,

차량에 들어가 여자친구를 깨우셨다고 합니다.

"자기야, 이제가자 우리 이러다가 해 떴을때 도착하겠어"

그렇게 여자친구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고, 아니 깨어났지만

무언가 이상했다고 합니다.

이제 갓 잠에서 깨어난 사람치고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의 위화감이 느껴지셨다고 합니다.

마치 원래 깨어 있던 사람의 그것처럼.

아버지는 일전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다보니 심리적으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뿐이겠지 싶어서,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려 시동을 걸고

어두운 고속도로 길을 향해 다시 나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여자친구는 잠에서 덜 깬 이유에서인지 멍하니 앞만 쳐다보고 있었고,

휴게소 출구를 나서면서 방금전까지 대화를 나눴던 정체모를 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면 당장 신고부터 실행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더욱더 세게 악셀을 밟아 인적 드문 고속도로 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차량 기어쪽에 올려놨던 아버지의 오른손을 꼬옥 붙잡더랍니다.

아버지는 여자친구의 온기에 그제서야 어느정도 마음이 놓이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여자친구가 손에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으로 적어나가기 시작했답니다.

아버지도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조용히 앞을 바라본채 주행을 계속 하시고 계셨고,

여자친구가 손에 쓴 글씨가 뒤라는 걸 알아챘을때

아버지는 재빨리 백미러를 살피셨지만

백미러에는 아무것도 비추어지지 않았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정체모를 두 눈동자가 바로 자신의 코앞에 와 있는것을 발견하시고는, 기겁을 하며 차를 세우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여자친구는 그제서야 참아왔던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뒷자석에 앉아있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정체모를 남성의 갓길에 차를 세우라는 지시에 따라 차를 세운후, 그제서야 차량의 조명등을 켜고 남성과 조우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그 남자의 옷차림, 생김새 등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데, 

남자는 덥수룩한 머리에 남색 저지를 입고 나이는 삼십대 정도로 보이는, 어렴풋이 봐도 꽤 덩치가 있어보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남녀간에 평생 낙원으로 떠나고싶지 않아? 배도타고 둘이 오순도순 새참도먹고, 땀흘리며 일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함께하고. 조용히 가면 아무도 안다치는거지."

남자는 이러한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고 있는데 딱 들어봐도 인신매매를 포장하여 아버지와 여자친구를 제발로 예행하려는 듯한 문맥이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는 조수석에서 두 귀를 가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 대책 조차 서지 않던 아버지는 이 여자는 힘이 없으니 나라도 혼자 데리고 가라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셨고,

남자와 단둘이 차에서 내린 그순간 남자에게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몸싸움 끝에 남자를 가드레일 너머 산비탈로 밀어버리는데 성공하셨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어찌보면 당연하게 제정신을 붙잡지 못하고 도망치는데만 온 힘을 쏟아부으셨다고 합니다. 당시의 기억도 없으시다고 하시구요.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4시쯤 구리 타워를 지나고 있었고, 서울 시내가 가까워 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마자 여자친구는 그자리에서 긴장이 풀려 그대로 실신해 버렸고, 아버지도 탄식의 한숨이 저절로 나오셨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경찰에 신고했지만 실제 존재했던 4인조 인신매매단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수사의 진전이 없어 밝혀내지 못했고, 

심지어 아버지의 교회 같은 남성도회 집사님도 젊었을적 그 부근 휴게소에서 똑같은 일을 겪으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굉장히 계획적으로, 오랫동안 범죄를 행해 온것으로 아버지는 추정이 된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드시는 의문은, 대체 그 인신매매범 아니, 인신매매 조직이 정말 아버지 커플을 납치할 생각이었다면, 왜 일행 중 혼자만 차에 숨어들었나 이것입니다. 

분명 체격이 좋은 아버지가 차량에 동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난 뒤였음에도 말이지요.


아직도 의문점도 많고 20년 넘게 훌쩍 지나버린 그날의 소름돋고 아찔한 추억이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당시의 상황에 다시 놓였더라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회한하시더군요.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이러한 말씀을 하시며 이야기를 끝맺으셨습니다.

"아들아 확실한 한가지는, 귀신보다는 사람이 훨씬 무섭다."

혹시 대전 근처 휴게소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거나, 이쪽 부근에 관련된 인신매매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점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을 남겨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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