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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7 14:13
관리자2(adm****)


<※ 브금입니다.>



이야기는 해결은 얼추 된 것 같긴 한데 혹시 몰라서 지역명이나 특정을 지을 만한 건 싹 다 빼고 얘기함.
 
내가 다니는 회사는 반도체 설비 회사임.
난 이 회사에서 원래 설계 및 도면을 그리려고 왔지만, 수습 기간에는 설비에 붙는 어떤 장치에 대한 컨트롤러를 제작하고 설치하는 팀에 있었음.

지금은 뭐 설비에 대한 도면과 설계를 담당하는 팀으로 빠졌지만.
이야기하기 쉽게 제작팀과 도면팀으로 분류함.
 
제작팀에 88년생인가 87년생인가 그쯤 되는 과장급 사람이 하나 있었음.
이 인간은 사람을 매우매우매우매우 가려서 행동했었음.
단순히 사람을 가려가면서 사귄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했을 때 막 해도 된다고 판단한 사람한텐 존나 함부로 한다는 거임.
사람마다 막 한다 혹은 함부로 한다 같은 개념이 상대적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봤을 때 저 과장은 법이 없었으면 이미 내가 턱주가리 반으로 두 동강 냈을 정도였음.
 
나도 처음엔 전기 도면도 못 읽고 전선에 대한 건 알지도 못했던지라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며서 일했지.
수습 기간 3달 동안 진짜 귀에서 피날 정도로 욕 먹었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함.
 
수습 기간이 끝나고 내가 도면팀으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내 공석을 메꾸기 위해 몇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었음.
회사 특성상 갓 공고를 졸업한 애기들도 많이 왔다가 나갔는데 조용히 다가가서 왜 그만두냐고 물어보면 하나 같이 그 과장이 너무 막말을 한다는 거였음.
나는 업무적인 욕만 먹었어서 딱히 데미지는 없었는데, 몇몇 애들한텐 인신공격도 했다더라.
그런데 알다시피 물증도 없고 증언만 있을뿐더러 회사 내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더라.

키가 작거나 몸이 뚱뚱해서 설비 내부를 못 들어가거나, 키가 안 닿아서 물건을 못 꺼낼 때면 하등 쓸모 없는 놈이라는 둥, 남들 키 클 때 넌 어디서 뭐하고 자빠졌냐는 둥 꽤나 상처되는 말을 했었나봐.
 
지금 생각해보면 내 외모가 좀 험악하기도 하고, 덩치가 있다보니까 그런 말은 나한테 안 했던 것 같긴 해.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 공성 병기 같은 포지션이거든.
물론 과장이 나한테도 전에 한 번 말 함부로 했다가 내가 거품 물고 지랄병 떨어서 확실히 덜 하긴 함.
 
아무튼 이야기는 한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돼.

25년 1월이었는지, 아니면 24년 12월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나보다 한 살 많은 신입사원 한 명이 들어옴.
키는 160중반에 살집이 좀 있고 늘 서글서글하게 농담도 잘 받아주는 사람이었음.
그런데 어느 순간 표정이 점점 썩어가거나 아니면 무표정으로 변하더라.
보나마나 또 그 과장이 지랄했겠구나 하고 위로 차원으로 담배 필 때 마다 격려해주곤 했었음.
여느때랑 다름 없이 그 사원이랑 흡연장에서 담배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사원이 했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음.
담배 연기를 뱉고 입만 웃으면서 하는 말이
 
‘혹시 죽고 싶냐는 말 들으면 어때요?’
 
이러더라.
 
별 생각 없이 그 과장이 그랬냐고, 그 양반 원래 그렇다, 한 귀로 듣고 흘려라 하니까 그 사원이 재떨이 담배 비벼 끄면서 나한테
아니라고. 저런 사람은 가만히 놔두면 그래도 되는 줄 안다고.
그러면서 나보고 잘 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뭘 보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내 어깨를 톡톡 토닥이면서 나감.
그땐 몰랐다. 사람이 아무리 포커페이스를 해도 또라이들은 눈부터 다르다는 걸.
그냥 그런갑다, 하고 지냈는데 그 주 금요일에 일이 터져버림.
 
제작팀 특성상 외근도 많고 잔업도 많음.
늘 그런 건 아닌데, 일정이 한 번 꼬이면 대차게 꼬이는 팀이라 모두 그냥 순응하는 분위기의 팀임.

그때가 아마 제작팀 모두가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은 시기였었음.
그럴만도 한 게 주 5일 출근 중에 집에 10시 이전에 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밥 먹으려고 1층으로 내려왔는데 제작팀 업무 공간이 시끌시끌해서 문 열고 들어가봤음.
눈에 보인 건 그 사원이 계속 웃고 있는데, 과장은 서류랑 자기 수첩으로 그 사원 머리를 빡빡 때리고 있었음.
소리 내서 웃는 건 아니고 눈을 부릅뜨고 입만 웃는, 약간 ‘네가 어디까지 하나 보자.’ 그런 웃음이었음.
 
전기팀에 있는 대리님한테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주 가관이었음.
 
그 사원이랑 과장이 업무에 필요한 일이 있어서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는데 과장이 아이디를 한글로 쳤었나봐.
당시 사용하던 PC가 일체형에 키보드도 없어서 터치 스크린으로 하나씩 누르고 있었는데, 사원은 그걸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데.
나중에 과장이 한글로 친 걸 알고 이 개노무새끼 왜 안 알려줬냐고, 눈 어따 두냐고 이러길래 사원이 눈 동그랗게 뜨고 여기 있지 않냐고 했다는거야.
과장이 당황하다가 너 죽고 싶냐고 이러길래 그 사원이 순간 표정이 싹 굳으면서 사람 죽여봤냐고 물어봤데.
과장이 뭔 개소리냐고 물어보니까, 사람 안 죽여봤으면 죽고 싶냐고 말하지 말라고.
저는 죽고 싶냐 이딴 질문 자체를 안 해요. 그냥 모가지 물어뜯어요.
라고 했나봐.
 
진짜 농담도 잘 받아주고 조용하고 서글서글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도 믿겨지지가 않았음.
무엇보다도 머리를 그렇게 맞으면서 저렇게 웃고 있다는 게 제일 소름 돋았었음.
그렇게 한참 과장이 지랄하고 신입 사원은 조용히 맞고 있었음. 사람들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은 지 과장 팔 잡고 말리는데 갑자기 과장이 신입 사원이 공업용 가위 집어서 과장 발 앞에 던짐.
그리고 미소를 안 거두면서 말하더라.
 
당신 오늘 여기서 나가고 싶으면 자기 재끼고 가라고. 한 방에 자기 안 보내면, 그땐 자기 차례라고.
 
그쯤 되니까 과장도 이 새끼 정상이 아니구나, 하고 한숨 푹 내쉬면서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한 뒤에 돌아서는 순간 어어! 하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름.
그 사원이 의자를 집어서 과장 옆으로 던짐.
내가 봤을 땐 일부러 옆으로 던졌던 것 같음. 맞출 생각이 없었음. 그 거리에서 사람을 맞추려고 던졌는데 그 각도로 간다는 게 말이 안 됨.
그리고 미소를 싹 걷으면서 말하는데 진짜 무서웠음. 마치 시한폭탄 타이머를 누가 누른 것 같은 기분이 확 들더라.
 
야, OOO(과장 이름). 농담인 줄 아나 보네? 사람 안 찔러봤냐? 내가 보여줘?
 
하더니 진짜 거짓말 안 하고 과장 손 강제로 잡아서 가위 들려주고 자기 목에 꾹꾹 누르면서 거의 광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댐.
 
이렇게! 이렇게! 여기 꾹 눌러! 쫄려? 죽기 싫으면 죽여!
 
이쯤 됐을 무렵에 대표가 나타나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 지르고 과장이랑 사원 둘 다 데리고 나감.
만약 대표 안 왔으면 진짜 그 사원, 목에 가위 박혔을 것 같더라.
가위 날이 진짜 위태롭게 목에 눌려 있었거든.
 
나중에 바닥에 피가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과장 수첩에도 피 묻은 거 봐선 과장이 머리 때리면서 난 걸로 추정됨.

그리고 그 날, 점심 먹고 그 사원은 자기 짐 들고 퇴사함.
솔직히 경찰오고 난리날 줄 알았는데, 과장도 자기가 한 짓이 있다보니까 회사 차원에서 조정한 뒤에 조용히 신입 사원을 내보내는 것 같았음.
담배 피러 가다가 그 사원이 차타고 주차장 나가던 무렵에 창문 슥 내리더니 나한테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진짜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더라..
 
OO(내 이름)씨, 내가 잘 보라고 했죠? OO씨가 그렇다는 건 아닌데, 앞으로 언행 조심해요. 나 같은 놈 생각보다 많더라고. 잘 지내요.
 
이러고 슝 가더라..
그 일 있고 과장은 지난주에 풀로 연차 때리고 안 나왔음.
그리고 오늘 다시 출근하길래 봤는데, 사람이 일주일 만에 폭삭 늙었더라.
그 일이 트라우마가 심했나봐.

눈이 퀭하고 인사해도 받는 둥, 마는 둥, 누가 말 걸어도 짧게만 대답하고 마는데 내 생각엔 저 과장도 얼마 못 버틸 것 같다.
평소에도 자기 밑에 사람들 그렇게 괴롭히더니 업보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함.
 
이야기가 되게 찝찝하고 갑자기 끝내는 것 같긴 한데, 나로써는 더는 알아낼 수 있는게 없음.
당사자한테 물어볼 수도 없거니와 알기 싫다... 진짜 그 사건에 조금이라도 엮이기 싫음..

마지막으로 오늘로써 다시 한번 느꼈음.
사람들한테 잘하자.

조용한 사람은 건드는 거 아니다.
또라이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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